SK텔레콤 부당광고,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사연

우리는 해도 너네는 안 돼?

2011-04-22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기업들 간의 광고 경쟁이 점차 극심해 지고 있다. 어떤 광고를 표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 상승은 물론, 매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비교 광고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동종업계 경쟁사들끼리 자사제품의 우위를 알리려고 타 제품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11번가 역시 경쟁사를 해골에 비유하는 비방광고를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 SK텔레콤은 경쟁사인 LG텔레콤과 KT가 비하하는 광고를 한다며 공정위에 여러 번 신고를 한 적이 있어 일각에선,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자사 비교 광고엔 관대한 반면, 경쟁사 비교 광고엔 공격적

SKT “이미 지난일, 경쟁사 자극 아닌 광고 마케팅의 하나”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가 공정위의 화살을 제대로 맞았다. 공정위는 SK텔레콤과 커머스플래닛의 허위·과장 광고와 비방광고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결정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SK텔레콤이 근거 없이 ‘우리가 가장 싸다’고 허위·과장 광고하고 경쟁사인 옥션을 해골에 비하한 광고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쟁사 기죽이는 광고?

시정명령을 받은 광고는 ‘지마켓과 비교해도 11번가 제일싸네’, ‘옥션에서 헤맸더니 최저가는 여기있네’라는 문구. 공정위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수만 가지 상품을 일일이 비교해 증빙자료를 내지 않는 이상 더 싼지 어떤지는 확인 불가한 사안인데, SK텔레콤 11번가가 이를 가지고 광고를 했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상품의 가격이 경쟁사업자의 상품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이야기인데, 공정위는 이것이 객관적으로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옥션(AUCTION)을 연상케 하는 ‘ACTION’이라는 영문표지를 들고 있는 해골 캐릭터가 11가로 표기된 보물상자 캐릭터를 향해 쓰러진다는 것 역시 타사를 비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상품의 질이나 가격 경쟁을 외면하고 부당한 광고를 했다”며 “부당광고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로 소비자의 구매선택을 위한 올바른 정보제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11번가, 옥션, 지마켓 등 3개 사업장의 과점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오픈마켓시장에서 SK텔레콤의 이러한 광고는 자사의 우수성을 알린다기보다는 경쟁사업자의 이미지를 나쁘게 해 실제보다 열등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SK텔레콤 11번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만큼 저렴하고, 또 보상제라는 차별화된 제도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지 경쟁사 자극은 아니었다”며 “그래도 과도했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당광고 처음 아냐

사실 경쟁사들끼리 서로를 비교하는 광고는 주목도가 높아 화젯거리가 되기 쉽고 광고효과도 좋은편이다. 그래서 업계일각에선 “경쟁사를 물고 늘어지면 자사를 효과적으로 광고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광고에 대한 인지도도 높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11번가가 소속돼있는 SK텔레콤의 부당광고 시정명령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수위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 의결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03년, 2004년에 각각 2건의 부당광고로 시정명령을 받았으며, 지난 2002년, 2004년에는 각 2건과 1건의 부당광고로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여기에 반대로 자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광고를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도 여러 번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2009년 6월 SK텔레콤이 LG텔레콤과 KT를 허위·과장 내지는 비방 광고로 잇달아 신고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무혐의 처리됐다”고 말했다. 

        당시 SK텔레콤이 문제 삼았던 LG텔레콤 광고는 통화량이 많은 고객이 이동통신 고객센터에서 무료통화가 적다고 항의하자, ‘고객님 그건 LG텔레콤으로 가셔야죠’라고 말한 부분이다. 표현방식과 메시지가 비방 혹은 과장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더욱이 광고에 나온 고객센터가 자사의 고객센터와 매우 흡사하다는 이유를 댔다. KT에 대해선 광고에 나오는 파리가 설명하는 ‘가입 연수에 따라 할인 폭이 다른 상품’이 SK텔레콤 상품이라며, 경쟁사의 서비스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당시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그와 비슷한 일로 오히려 KT를 비방하는 광고를 한 적이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를 해 자칫 경쟁사들끼리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무혐의 처리가 나면서, 일각에선 “SK텔레콤이 비교 광고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테면 자사의 비교 광고에는 관대한 반면, 경쟁사의 비교 광고에는 공격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LG텔레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지금이야 통신사가 통합됐지만 당시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에서 확보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50.5%를 반드시 고수하겠다는 선언을 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공격적 태세를 보였었다”고 말했다.그러나 SK텔레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감정싸움이 아니라 광고 마케팅의 하나였다”며 “1년도 더 지난 일을 왜 지금에 와서 언급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뿐 아니라 모든 경쟁사업자들이 비교 광고를 해 광고 경쟁을 하고 있다”며 “자칫 SK텔레콤만 그러는 것으로 비춰줄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