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잇속에 더럽혀 지는 우리 아이들
사행성 조장, 성인 전단지, 불량 식품. 동심이 멍든다
2006-05-12 이재필 기자
아이들의 사행심을 부추기는 도박기구가 학교 앞에서 불법으로 버젓이 영업하는가 하면 학교 앞에 무분별 하게 뿌려 놓은 성인 전단지는 아이들의 놀이 장난감이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검증 받지 못한 불량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 또한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영등포에 사는 한 주부는 “우리 애가 어느 날 학교 앞에 떨어진 성인 광고 전단지를 모으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법적으로 보호 받아야 할 초등학교 앞에서 그것도 어린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불건전한 행동을 펼치는 사람들을 두고 학부모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 아이들의 순수한 학교 문화는 일부 상식 이하의 어른들에 의해 멍들고 짓밟히고 있다.
사행성 도박 그리고 성인 전단지
기자가 찾아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그곳에 자리한 인형 뽑기 기계에는 수업을 끝마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인형 뽑기 기계 안에 있는 인형을 비롯한 양주, 라이터 등 여러 물건들이 아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초등학생이 인형을 뽑아 문방구로 들어가 현금 500원과 교환했다. 이 게임의 한번 진행 요금은 200원.
이 학생은 200원으로 500원을 벌었다고 좋아했다.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자신을 밝힌 이 학생은 “요즘 많은 아이들이 이 게임을 한다. 예전에는 그냥 인형 뽑기였지만 요즘은 인형을 현금으로 바꿔준다. 이걸 잘만 하면 용돈은 그냥 거저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품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불법 영업이다. 하지만 업자들은 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의 사행성을 조장하며 불법 영업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인형 뽑기 기계의 주인인 강 모씨는 아이들이 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 씨는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게(돈이 오가는 게임) 아니면 하지를 않는다.”고 전하며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니까 이렇게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불법인 것은 아는갗라는 기자의 질문에 강 씨는 “전혀 몰랐다”고 밝히며 아이들의 사행성을 조장하는 많은 업자들이 법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행성 놀이 기구 뿐만 아니라 학교 앞에 무자비하게 퍼져 있는 성인용 전단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의 방문을 어느 날 열어 보니 성인 전단지가 가득했다. 이게 뭐냐고 아들에게 물어보니 학교 앞에 뿌려져 있는 것을 주워온 것이라고 했다.”며 이어 “아들이 친구들과 성인 전단지를 가지고 카드 게임 하듯 내기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전했다.
불량 식품. 팔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앞 불량 식품은 우리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한 학부모들의 걱정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서울 잠실에 사는 김 모 주부는 요즘 속이 상한다.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 이 모군이 불량 식품을 입에서 내려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주부는 “아이가 불량 식품을 입에서 내려놓지 않고 있다. 밥은 안 먹어도 불량 식품은 꼭 먹는다.”고 전하며 “불량 식품을 많이 먹어 소아과도 몇 번 갔다 왔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는다. 중독된 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이 모 주부 역시 마찬가지. 이 주부는 “제대로 된 거 사먹으라고 돈을 쥐어줘도 꼭 불량 식품을 사먹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학교 앞 문방구를 비롯한 슈퍼에서는 많은 종류의 불량 빙과류를 비롯해 여러 불량 음식 제품들을 판매 하고 있었다.
많은 초등학생들이 이를 즐겨 먹고 있었으며 판매자는 아무런 제재 없이 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불량 식품을 판매하는 업자들. 그들도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불량 식품을 판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박 모씨. ‘왜 불량 식품을 판매하느냐’ 는 기자의 질문에 박 씨는 “아이들이 좋아해서”라고 밝혔다.
이 판매자는 “초등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사실 요즘 아이스크림이든 과자든 500원 짜리 이하는 없다.”고 전하며 이어 “하지만 돈이 없는 초등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어 하고 그러면 100원, 200원하는 불량 식품 밖에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량 식품은 개당 가격이 평균 100원 안팎으로, 싼 가격에 많은 초등학생들이 즐겨 찾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들이 선호한다고 해도 업자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불량 식품 대부분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품목제조신고조차 거치지 않은 불확실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식품을 만들 경우 그에 들어가는 원료를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불량 식품은 이를 어기고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한 것과 다르게 제조 판매 한다”라고 전하며 “당연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어린이 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얕은 장사 속에 멍들어 버린 초등학교 앞. 순진하고 깨끗해야할 어린이들이 아파하고 있다.
이재필 기자(hwonan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