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결국 성희롱한 여직원에게 무릎 꿇어

법원, "삼성전기도 사용자로서 손해배상할 책임있다" 지적

2011-04-22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한 때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삼성전기 여직원 성희롱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뒤늦게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판결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회사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므로 그에 합당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수없이 많았었지만, 이번처럼 법원이 사건 가해자를 포함해 회사에게까지 책임을 지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지난 1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황현찬 부장판사)는 삼성전기 여직원 이모(35)씨가 성희롱을 당했다며 전 부서장 박모씨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삼성전기와 박씨는 각200만원을 배상하고 회사는 별도로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씨가 부서 책임자 지위를 이용해 이씨의 엉덩이를 치면서 ‘상사를 잘 모시라’고 한 것은 성적 의도를 드러낸 언동으로, 사회통념상 일상적으로 허용되는 농담이나 호의적 언동의 수준을 넘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정도”라며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삼성전기는 이씨로부터 성희롱 사실을 고지받고도 정확한 사고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보다는 대기발령 등 불이익 조치를 취했다”며 “회사도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성전기 전자영업팀에서 근무했던 이씨는 지난 2003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상사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해 왔고, 이에 더 이상 수취심을 참을 수 없을 수 없었던 이씨는 지난 2005년 6월 이 사실을 회사 측에 공식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이씨에게 돌아 온 것은 집단 따돌림과 인사상 불이익뿐이었다고 한다.

회사측은 이씨에게 업무를 주지 않았으며 기존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회봉사단으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더욱이 이씨는 성희롱 사실을 알린 이후 낮은 인사 고과 점수를 받아 동기들이 과장으로 승진하는 동안 계속 대리에 머물러야 했다.

결국 이 씨는 지난 2007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피해에 대해 진정했다. 인권위는 이 씨의 진정을 접수하고, 삼성전기 측에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대상 교육 및 예방을 철저히 하라”며 “성희롱 사건 발생 시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 등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전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08년 11월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삼성전기에 패소 판결을 내리고 인권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에 대해 삼성전기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하지만 항소 할 지 여부는 내부 검토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