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일방 취소해놓고 돈도 안돌려주는 여행사?

소비자원, ㈜여행과만남 이용 주의보 발령…2008년에도 비슷한 사례

2011-04-22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소비자피해주의보를 통해 “여행사 ‘㈜여행과만남’이 여행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후 소비자들이 이미 지불한 고액의 여행대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환급을 지연하는 소비자 피해가 다수 접수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이 특정 업체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소비자원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안이 심각하고 해당업체에서 피해구제를 하려는 의지도 잘 보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례1]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씨는 2010년 3월5일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8일코스(3.26.출발)’ 여행계약을 체결했고, 3월12일 출발이 확정되었으니 잔금을 모두 지불하라는 연락을 받고, 총 606만원을 완불했다. 그러나 3일 후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해 여행이 취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현재까지 이미 지불한 여행대금 606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사례2]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김○씨 외 5명은 2010년 3월23일~26일 일정의 중국 여행 계약을 체결하고 총 275만4000원을 지불했다. 출발 1주일 전 여행사는 모객 부족으로 동 여행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했으나, 현재까지 여행대금을 환급하지 않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여행과만남’ 관련 피해상담은 2010년 4월9일까지 총 23건이 접수됐다. 대부분 여행출발일이 임박해 여행사가 일방적으로 여행을 취소했으나, 이미 지불한 여행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였고, 피해금액도 최고 1120만원에 이르는 등 500만 원 이상의 고액의 피해가 42.9%에 이르렀다.


동 여행사가 취소한 여행상품은 유럽, 동유럽, 호주, 중국, 제주도 등 지역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행사가 주장하는 취소 사유는 항공권 미확보, 모객인원 미달, 항공비 인상에 따른 손해, 내부 직원의 횡령 등 대부분 여행사측의 과실 내지 책임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여행사가 현지 여행사에 여행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현지에서 소비자가 이를 추가적으로 부담하고 손해배상도 받지 못한 사례, 돌아오는 항공편을 예약해 놓지 않아 소비자가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이동한 사례, 발권조차 하지 않은 항공권 대금을 환급하지 않는 사례 등 사업자의 잘못에 의한 소비자 피해도 다수였다.

[사례3]

부산에 거주하는 강○○씨는 가족 12명이 2009년 12월28일 출발하는 4박5일 일정의 호주시드니 여행상품을 이용하기로 하고 1인당 149만원씩, 총 1788만원을 여행사에 지불했다.

호주에 도착했으나 현지 여행사는 숙박비용 등을 받지 못했다며 400만원을 요구했으며, 이에 ‘여행과만남’ 측에 이의제기를 했으나 ‘현지 쇼핑을 하지 않아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우선 부담하라’고 해 400만원을 현지에서 지불했다.

또한 인천에서 부산까지의 항공편도 예약해 놓지 않아 100만원 상당의 교통비를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강 씨는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여행대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가 다수인 가운데, 동 여행사는 여전히 영업행위를 지속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당업체의 위법행위에 대해 해당 구청에 등록 취소 등의 행정 조치를 요구했으며 ‘사기’ 등의 혐의로 사법 당국에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원 횡령 때문” vs “소명기회 거부”

이번 소비자피해주의보 발령과 관련해 여행과만남 전옥남 대표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한 직원이 거액의 횡령을 하고 도주해 벌어진 일로 이 직원에 대해서는 용산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라며, “피해 고객들에게는 순차적으로 돈을 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20여차례에 걸쳐 소명을 요구했으나 연락을 받지 않았고, 피해접수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등 상당히 악의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 대표는 또한 본지 기자가 처음 이번 사안 관련 문의를 했을 때는 “20여건이 넘는 피해의 대부분은 2008년에 벌어졌던 일들이 누적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소비자원 관계자는 “총 23건의 피해구제 접수는 모두 2010년 이후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또한 “소비자원 쪽에서 제대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소비자원 측에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고, 당시 통화내용이 녹음되어있다는 점을 확인해 재문의하자 “소비자원 쪽과 전화통화는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용산구청 문화체육과 담당자는 “그렇지 않아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이미 시정명령이 내려간 상태이고, 앞으로 상황 추이에 따라 10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용산구청에 접수된 사안 중 피해금액이 큰 4건 중 3건에 대해서는 이번주 중에 업체 쪽에서 환불조치가 이루어졌고, 나머지 한 건에 대해 곧 환불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으며, 구청 접수 건 외에 큰 건 하나에 대해서는 월말까지 환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뒤늦게 환불조치가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지난 2월에 민원이 접수된 사안에 대해 이제서야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해당 업체의 피해구제 의지가 박약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영업정지 처분이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에도 비슷한 사례 있어

한편 여행과만남은 지난 2008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사안으로 문제를 일으켜 사업정지처분을 받은 바 있다. 여행과만남 전모 대표는 2008년의 사건도 직원의 횡령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당시 9천여만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개인 돈으로 물어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용산구청 관계자는 “2008년 당시 여행과만남은 현 대표의 딸 명의로 되어있었고, 이후 법인 대표가 전 대표로 변경되면서 사업재개를 한 바 있지만, 행정처분의 경우 1년이 경과하면 누범규정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기존 모집 고객들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처분통고까지는 신중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등의 여파를 고려해 영업정지 처분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