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유가하락·위안화 절하 삼중고에 갇힌 한국경제

불확실성 증대에 증시 출렁..환율 상승
조선·화학·건설 등 실물경제 충격파 이미 나타나

2015-12-15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한국경제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제유가 하락, 위안화 절하 등의 대외 악재로 고통 받고 있다.이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실물경제로 위험이 전이되고 있는 상태다.우선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 된다. 2006년 이후 9년6개월만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은 국내 자본시장서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실제로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2조5847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일 2023.93에서 이날 1932.97로 9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장기적으로는 한국 금리는 미국과의 동조화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가계와 기업들의 이자 비용 부담 증가로 부채의 부실화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LG경제연구원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의 국채금리 변동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1일물과 3개월물, 1년물의 상관계수는 0에 가까웠다. 하지만 3년물(0.18), 10년물(0.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의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한국의 국채 금리도 0.50%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이다.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정책금리 인상 이후에도 한국의 단기 정책금리는 미국과 독립적으로 결정될 수 있지만 장기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며 “이는 국내 경기 개선과 이에 따른 가계 소득 및 기업수익 증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외부적 요인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부채의 부실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으로 추락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비상이다.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6달러 하락한 배럴당 34.64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5년 1월6일 배럴당 34.55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하락세가 지속돼 배럴당 30달러 중후반선으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한발 더 나아가 이미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에 진입했다는 의견도 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멕시코 원유의 바스켓 가격은 28달러를 밑돌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시아 국가로 수출되는 이라크산 원유는 배럴당 25달러를 기록했고 서부 캐나다산 원유는 22달러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국제유가 하락으로 산유국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업종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해외건설의 3분의 2가량이 중동지역에 집중된 국내 건설업계는 직격타를 맞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06억달러로 전년동기 591억달러에 비해 31.1% 감소했다. 특히 중동지역 수주량은 147억달러로 같은 기간 51.96% 급감했다.석유화학 산업 역시 저유가로 수출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줄었고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24% 감소했다.조선업계도 저유가 후폭풍을 겪고 있다. 글로벌 선사나 오일 메이저 업체들은 국내 조선사들에 발주한 시추선이나 유조선, 운반선 등을 계약 해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중국 정부의 중국산 제품 수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위안화 절하 움직임 역시 한국 경제에 걸림돌이다.지난 8월 중국 당국의 급작스런 통화 절하 조치 이후 등락을 반복하던 위안화 가치는 최근 들어 연일 약세를 기록 중이다. 이달 4일 이후 연일 환율이 상승하면서 달러·위안 기준환율과 역내 및 역외 시장환율 모두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지난 14일 기준 달러·위안 기준환율은 달러당 6.4495 위안으로 지난 201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위안 역외환율도 달러당 6.5548 위안으로 2011년 3월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내년에도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약세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추가적인 절하 가능성도 열려있다.문제는 최근 중국이 한국의 수출 경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HS4단위(관세 및 통계 통합분류) 기준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50대 수출품목 중 중복되는 것은 모두 20개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품목 중에는 전자집적회로, 석유제품, 통신기기, 액정디바이스, 자동차부품, 선박 등 무려 7개 분야가 겹쳤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최근에 중국과 수출경합도가 커졌고,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분야가 많아지고 있는데, 위안화가 원화대비 약세로 간다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원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크게 약세로 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한중 경합도가 높은 주력산업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약화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특히 섬유, 철강, 일반기계, 정유, 가전 완제품의 경우 타격이 심할 것”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