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산출, 지방 대출 규제 한계…어정쩡한 대출 가이드라인

'예외조항' 정책 선명도 떨어져…첫날 은행 영업점 대출 문의 '잠잠'

2016-12-16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정부가 지난 14일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가계부채 통제와 부동산 시장 활기를 죽이지 않으려는데 취지를 뒀지만 수많은 예외조항 때문에 정책적 선명성이 떨어지는데다가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옥죄기에는 뒤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16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다음날인 15일  각 은행 영업점에 주택담보대출과 여신심사 가이드 라인을 문의하는 움직임은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다.아직 때 이른 감이 있지만 가계에 미치는 대출의 중요성에 견줘 시장 반응이 지나치게 냉랭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부가 발표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고, 나눠 갚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심사 강화 효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출은 늘어나는 지방의 대출 규모를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 DTI는 수도권처럼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高)부담대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은행권의 참고 자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대출심사역은 “정부에서 규제를 안 하겠다고 하는데, 은행들이 스스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담보대출은 가장 안전한 대출이다. 지방이 연체율이 높은 것도 아닌데 수도권에 맞춰서 DTI를 강화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차피 비거치식 분할상환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비거치식 분할상환이라는 카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6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원리금을 처음부터 상환하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율은 56%로, 일정기간 이자만 갚는 거치식(44%)보다 12%포인트 높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DTI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처럼 총량을 규제하는 정책이 아닌 이상 대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활안정자금, 자영업자 사업자금 대출이나 집단대출 등 부실 우려가 큰 대출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집단대출을 분할상환의 예외 조항으로 둔 건 부동산 경기를 지나치게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집단대출 중 하나인 중도금 대출은 작년 말과 견줘 올해 9월까지 9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안심전환대출을 제외한 올해 주택담보대출 순증액(18조3000억원)의 절반(49.7%)에 해당한다.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는 선에서 정부가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특히 앞으로 금리 인상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DTI나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정도를 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건 참신하다는 평가다.   직접적인 DTI 규제는 아니지만 지방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을 은행권에서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점도 대출 감소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듯하다”며 “다만 정부가 어떤 책임을 지기보다는 규제의 공을 시장에 떠넘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LTV나 DTI 규제는 현 단계에서 당국이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아야 한다”며 “이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가계부채와 주택경기 사이에서 만든 절충안적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