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안정목표 2% 제시…저성장 시대 본격화되나

잠재성장률 하락 추산…금융위기 이후 교역 위축 영향

2016-12-16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도 물가안정목표를 2%로 제시했다.한은은 1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기대비) 기준 2.0%를 제시하고 잠재성장률이 3.0∼3.2%로 추산된다고 밝혔다.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브리핑에서 “잠재성장률을 다양한 모형으로 추정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대 중반에서 2015∼2018년에는 3.0% 내지 3.2%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2012년에 김중수 전 한은 총재가 잠재성장률을 3.8% 수준이라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0.6∼0.8%포인트 떨어진 것이다.최근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 초반까지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는데 한은이 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함으로써 성장잠재력 약화가 공식적으로 입증된 셈이다.잠재성장률은 자본과 노동 등 사용할 수 있는 생산요소를 최대한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생산증가율을 뜻한다.우리나라 경제가 과거에는 5%대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이제는 기초체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그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게됐다는 것을 말해준다.대내외의 경제적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점도 반영하고 있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적인 저성장 흐름에서 세계적으로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되면서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중국의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의 장기 하락추세도 수출 한국에는 악재로 작용하면서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대내적으로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추세가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1%에서 2.7%로 내렸다.  잠재성장률 저하는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2%로 대폭 낮춘 배경이기도 하다.  한은이 2004년 이후 중기 물가안정목표로 제시한 범위의 상한은 4%나 될 정도로 높았다.  2007∼2009년에는 소비자물가의 목표가 3.0±0.5%로 설정됐고 2010∼2012년에는 3.0±1.0%였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는 중심선 없이 2.5∼3.5%다.지난 10월 한은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3%에서 3.2%로 내리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2.7%로 0.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국내의 민간연구소들이 내놓은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보통 2%대로 더 낮다.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제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 물가상승률 관리에 한층 더 신경을 쓰겠다는 입장이다.기재부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실질성장률(3.1%) 외에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개념인 경상성장률(4.5%) 전망치를 함께 제시했다.  앞으로 실질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병행해 관리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당분간 물가를 내리는 쪽이 아닌 일정 목표 수준까지 올리는 쪽으로 정책을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는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한은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라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물가안정 문제를 놓고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과 재정정책 당국인 기재부가 충돌할 개연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한은이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낮춘 데는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의 선진국형으로 바뀌는 추세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 경기의 회복세가 약하고 저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