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3개년 물가안정목표 연 2%로 낮춰

저물가 기조 반영...고정수치 목표 첫 설정

2016-12-16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한국은행이 내년부터 3년 동안 달성해야 하는 물가안정목표치가 연 2%로 정해졌다.한은은 1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로 의결했다.이는 2013~2015년 목표치인 2.5~3.5%보다 0.5~1.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한은은 세계적인 수요 부진으로 저성장 기조가 확산되고 있고 유가하락 영향으로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한은은 향후 3년간 해당 목표치 달성을 위해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할 방침이라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한은은 잠재성장률 둔화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글로벌화 진전에 따른 국내외 가격 경쟁 심화로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국내외 경기 상황과 원자재 가격, 경제구조 변화 가능성 등을 감안해도 과거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했다.구체적으로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새로운 목표인 2%보다 낮지만 2017∼2018년에는 대체로 2%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목표를 미리 제시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화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1998년부터 도입됐다.초기에는 연간 단위로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용하다가 2004년부터 3년 단위로 제시하는 중기 목표 방식으로 바꿨다.한은이 목표치를 범위가 아닌 단일 수치로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한은은 이에 대해 분명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일정한 범위의 변동폭을 제시한 기존 방식은 불명확한 정책 목표로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착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한은 관계자는 “기존 방식으로 물가목표를 제시하면 1%대 물가도 목표 수준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한은은 2013∼2015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대부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하한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목표 달성이 부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특히 올해는 0%대의 낮은 상승률이 이어져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이 때문에 세월호 사태와 국제유가 하락 같은 돌발 변수가 있었음에도 물가안정목표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앞으로 한은이 물가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은 강화된다.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에서 ±0.5%포인트 이상 벗어나면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탈 원인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이후 ±0.5%포인트를 벗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추가로 설명하기로 했다.또 국회에 제출하는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매년 4차례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