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朴-明 대리전 NO’ ‘중도개혁 당권장악?’
지지율 고착화, 지방선거 대충?…대선준비로
2007-05-12 김명은 기자
대선후보 경선의 전초전, 사활 건 투쟁 본격화
“내달 16일 그만둘 것”이라고 말한 박 대표는 이로써 2007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상 박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서려면 내달 18일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장악을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이므로 표면으로 들어내진 않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결판난 선거가 아니냐?”며 선거 후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즉 대선을 염두에 둔 당권장악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오세훈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되면서 민심을 확인한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을 비롯, 당내 합리적인 중도개혁 진영은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준비 중이다.
이 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한데 아우르는 ‘제3후보론’도 나오고 있다. 반(反)박근혜 세력인 중도개혁진영이 반박근혜 대 박근혜 구도로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외에도 가상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지금의 지지도와 지방선거 우세에 자만한다면 판세는 한번에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을 우려해 중도개혁 세력이 더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명박-박근혜 대리전은 싫어, 중도개혁 인사 추대
박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선언함에 따라 당권 장악을 위한 당내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사퇴를 두고 “당내 대선 경선 출마선언으로 봐도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박 대표는 “가능성을 열어놨다고만 봐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동안 대선출마 문제를 피했던 예전과 달리 발언 수위가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봐서 사실상 출마의사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표의 사퇴 발언이 있자 그동안 물밑으로만 나돌던 당권 경쟁 구도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여·야 모두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의원들간에 지방선거 얘기보다 오히려 선거 후 일들에 대한 논의가 오고간다는 것. 일각에선 이번 선거 판세가 이미 점쳐진 상태에서 더 열정을 쏟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지지율이 고착화돼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중도개혁파가 7월 전당대회를 대비해 당권장악을 준비하고 있다.
중도개혁세력이라면 ‘새정치수요모임’ 소속 원희룡 남경필 박형준 정병국 의원 등과 ‘국가발전연구회‘ 소속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심재철 의원 등을 포함한 한나라당내 개혁적 성향을 가진 자들을 말한다.
중도개혁진영이 당권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데는 오풍의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들어난 국민들의 요구에 부흥해 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 탓이다. 당이 지금처럼 폐쇄적, 보수적 성향에 치우쳐 있을 경우 변화하는 국민의식에 따라갈 수 없고 종국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박의 강세 구도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젊은 개혁세력들이 정치적으로 클 수 없으며 당의 중심에 나설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여당에 의해 이번 지방선거 후 몰아닥칠 정계개편에서 한나라당이 살아남기 위해선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의 또 다른 축으로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대여 견제의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중도개혁파가 생각하는 새로운 당 대표의 조건에는 △이명박-박근혜-손학규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 △당을 변화시키고 개혁시킬 전략과 마인드 △대선을 잘 준비해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능력 △당 외연 확대를 위해 비영남권 출신△정당 운영을 잘 알고 있는 새로운 인물 등이 있다.
미니 대선 경쟁 본격 시작
당내 유력한 대권예비후보자들은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서도 지방선거 후 본격화될 당내 대권 경쟁에 대비 신경전이 치열하다.
당사자들은 대권 경쟁 조기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한 듯 “7월 전당대회 전까지는 조용히 있겠다”고 말하지만 각 측근인사들은 조심스럽게 ‘내 사람’모으기와 선거 사무실 물색에 돌입했다.
대표직 사퇴를 발표한 박 대표도 현재 지방선거로 한창 바쁜 와중에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 지지 의원들과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과 손 지사도 6월로 지자체장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미 당복귀 준비로 분주하다.
이 시장은 당내 경선이나 대선을 염두에 둔 조직을 당장 출범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현 서울시 정무조직을 거의 그대로 활용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선거 캠프가 구성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손 지사는 오는 6월 말께 경기지사로서 첨단기업을 유치하러 다니며 직접 보고 느꼈던 소회를 정리한 책자 출판기념회를 갖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은 7월의 전당대회로 모아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 당직을 맡을 수 없다는 당규에 따라 전대 출마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권 장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왜냐하면 차기 당 지도부가 대선까지 당을 이끌며 경선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스트 박근혜가 누가될지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대표경선 경쟁이 벌써부터 물밑 가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대선주자들이 자기측 인사들을 당 지도부에 포진시키기 위해 힘을 쏟아 이들간 대리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현재 박희태 국회부의장과 TK출신 이상배 의원이 대표직을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의 대리인 이재오 원내대표와 박 대표의 대리인인 김무성(당초 김덕룡이었으나 공천비리로 낙마) 의원의 ‘양자구도’가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경쟁을 치룬 바 있다. 이 때는 이 시장의 사람 이재오 의원이 승리를 거머줬지만 또다시 붙는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흥미롭다.
그리고 최근엔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분루’을 삼켜야 했던 ‘친박근혜 인사’인 맹형규 전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전대가 대선주자간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이 같은 정황 때문이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최고위원 출마를 검토 중인 초·재선 의원이 10여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권영세 심재철 이병석 임태희 정병국(재선), 이종구 전여옥 진영(초선) 의원 등이 그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세훈 현상’이 젊은 의원들의 도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당내에선 오세훈 후보처럼 당 밖에서 또 다른 당대표 후보가 등장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변수는 여러 가지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당 지도부 구성에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한다.
우선 중도개혁세력의 움직임이다.
전대에서 직접 대표직에 도전하기보다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하나다.
한 소장파 의원은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지금 거론되는 인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참신한 외부 인사 영입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또 하나는 중도개혁진영이 이 시장과 손지사를 설득해 ‘제3후보론’의 지지를 촉구하는 것이다.
이미 일각에선 손 지사측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이 시장측이 동의해 준다면 게임 끝인 상황이다. 그러면 반朴세력 대 박근혜 구도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장측이 ‘자신의 보호’와 ‘당의 개혁’을 위해 당권을 잡아야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황제테니스 논란',‘로비의혹 파문’이 터졌을 때 당차원의 보호가 전혀 없었다는 것. 지금의 한나라당으로는 차기 정권이 어렵기 때문에 개혁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중도개혁세력이 7월 전당대회가 이-박의 대리전으로 치러지는 것을 반대하며 독자적인 후보를 내보내겠다는 계획은 앞으로 지방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
오세훈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로 각각 당선된다면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원희룡 최고위원과 남경필 의원이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것은 이들의 승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사활건 투쟁 예상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대패할 경우 여당 발 거대 정계개편이 예고된다.
정동영계, 김근태계, 친노무현계 등이 각자 도생하며 정계개편을 축발시킬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점쳐지고 있는 상황. 이에 더해 고건 전 총리 영입설, 민주당과의 합당설, 김근태 의원과 고 전 총리와의 연합설 등 각가지 도식이 그려지고 있다.
여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정계개편에 있어서는 한나라당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당내에선 이 시장의 지지도가 계속 오르거나 변화없이 현상태를 유지한다면 박 대표가 이에 대항, 저항군을 결합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박의 대결구도로만 봐도 쉬운 관계는 아니다.
그러나 이에 더 큰 장벽이 있다. 바로 중도개혁세력의 새로운 도전이다.
특히 소장파들은 그 동안 당내의 ‘암적 존재’, 열린우리당과 코드가 맞는 자들은 “떠나라”는 비판과 쓴소리를 들으면서도 꿋꿋이 버텨왔다. 그 결과 ‘오풍’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이끌며 지금의 호기를 잡은 것이다.
이들이 어렵게 잡은 이 기회를 어떻게 움켜잡을지 앞으로 펼쳐질 한나라당내 머리싸움을 국민들은 관심 있게 지켜 볼 것이다.
mekim@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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