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들끓게 한 ‘황우석 관련주’ 실체 찾기 [집중취재]

“성의표시로 지분 준 적 있다”…?

2010-04-23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줄기세포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에서 하루아침에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해버린 황우석 박사의 행보에 최근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제대혈 관련 법안이 국회 통과를 했고 나아가 유럽 특허 신청을 하면서 소위 ‘황우석 관련주’들이 주식 시장에서 일제히 급상승했다. 이와 반대로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다시 일면서 바이오주들이 줄줄이 폭락을 맞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황 박사가 몸담고 있는 바이오업체에 투자할 것이라며 허위 정보를 유포, 거액을 챙긴 유명탤런트의 남편이 기소돼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사장에 적잖은 혼선이 빚어지자 증권업계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체도 없는 황우석 관련주에 편성한 부실 코스닥업체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연 ‘황우석 관련주’는 그 실체가 없는 것일까. <매일일보>이 쫓아봤다.  

 있지도 않은 황우석 관련주에 투자 할 것이라며 거짓정보를 유포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지난 9일 유명중견탤런트 K씨의 남편 L(43)씨가 증권사 직원들과 짜고 “황우석 박사의 바이오 업체에 투자할 것”이라는 거짓투자정보를 흘린 뒤, 이를 이용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부실 코스닥업체들 실체 없는 황우석 관련주에 빌어가기 시도
수암관계자 “연구비 지원해준 개인에게 일정 지분 준적 있어”

황우석 관련주 없다?

검찰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에 나간 내용이 맞는 부분도 있고 일정부분 틀린 부분도 있지만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이어서 얘기할 수 없다”며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기사가 나갔는지 모르겠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려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명중견탤런트 K씨의 남편이 개입된 황우석 관련 허위공시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K씨의 남편 L씨는 지난해 2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스닥 등록사 C사에 접근해 1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해 4월 C사를 인수한 뒤 회장에 취임한 L씨는 B모 부장 등 증권사 직원에게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황우석 박사의 바이오업체에 투자할 것”이라는 허위 소문을 퍼트리도록 부탁했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결과 L씨는 266억원의 유상증자 중 150억원은 다른 회사 인수자금에 사용했으며 100억원은 전 대주주들에게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하라고 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L씨는 또 전자공시를 통해서도 C사가 의료·바이어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허위공시한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당시 코스닥시장이 황 박사의 행보에 주목한다는 것을 알고 L씨와 증권사 직원들이 투자자와 기업을 교묘하게 이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5월만해도 황 박사 연구팀이 돼지복제 줄기세포주를 수립했다는 소식이 돌면서 관련주가 상승한데다, 지난해 7월엔 서울 구로구에 줄기세포 연구소를 건설한다는 소식 등으로 관련주가 급등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L씨는 C사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인 F사의 주식을 시가보다 4배나 비싼 주당 2만5000~2만6000원대에 모두 75억5000만원어치를 사들이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L씨는 일명 ‘황박사 관련주’인 바이오주를 이용해 투자자와 기업을 좌지우지 했던 것이다.그러나 L씨는 검찰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 했을 뿐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있어도 없는 것처럼?

이처럼 최근 ‘황우석 관련주’를 사칭하고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부실코스닥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바이오 관련주들은 황우석의 행보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며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  올해 2월 만해도 황 박사 연구진이 유럽특허청에 신청한 ‘인간 배반포를 위한 배지’가 특허 등록을 확정지었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바이오 관련주들은 들썩였다. 지난해 10월 황 박사의 유죄소식과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일면서 폭락했던 바이오 주들이, 올해 2월 제대혈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이들 관련주 중엔 정작 황 박사와 관련된 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과거 황 박사 관련주로 알려진 에스티큐브, 메가바이온, 제이콤 등이 황박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주들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 관계자들은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황 박사와의 관련여부를 부정했으며 황 박사가 대표로 있는 에이치바이온의 경우 코스닥에 한 번도 상장되지 않은 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암연구소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수암연구원은 교과부에 등록된 비영리단체”라며 “연구비 후원을 받고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황 박사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기부를 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가를 올리려는 세력들이 황 박사의 개인적 관계를 이슈화하거나 옷깃만 스쳤는데도 측근이라며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황우석 관련주는 전무하다”며 “선이의 개미 투자자들이 헛소문으로 피해를 보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황 박사가 대표로 있는 에이치바이온이 영리사업을 하는 일반기업인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연구비를 조달을 위한 수익으로만 사용되고 있다”면서도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개인에게 성의표시로 경영할 정도는 아닌, 일정부분의 지분을 준적은 있다”고 말해 의아함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