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통령」의 조건 '와룡선생을 찾아라'

노무현에게는 이해찬-클린턴에게는 딕 모리스-부시에게는-칼 로브가 있다

2007-05-19     곽호성 기자

민주화운동가 출신-CEO출신인 이명박 시장과는 다르다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날 것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정가의 이목은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 내부의 대권후보 경쟁으로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 대권후보 경쟁을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시장의 양자대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한나라당에는 박근혜-이명박 말고도 손학규 지사가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나라당 대권후보 경쟁은 마치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를 연상케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시장이 마치 조조를 생각하게 한다면 박근혜 대표는 손권을 연상하게 하고, 손학규 지사는 유비를 떠올리게 한다.

삼국지의 내용을 보면 조조와 손권, 유비는 제각기 중원을 삼분해 차지하게 되는데 아직 한나라당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반면 유비 격인 손학규 지사는 아직 뚜렷하게 기반을 잡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삼국지의 유비와 손학규 지사

원래 유비는 삼국지의 주요 영웅들 가운데 가장 불우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는 뚜렷한 기반이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가 제갈공명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얻어 형주를 얻음으로서 비로소 안정된 기반을 잡게 된다.

이후 유비는 촉을 얻게 되면서 중원 천하를 삼분하고 조조와 손권과 맞설 수 있는 확실한 위치에 서게 된다. 지금 손학규 지사의 처지는 제갈공명을 만나기 전 어려운 입장에 서 있는 유비의 처지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제갈공명을 만나기 전의 유비는 한나라 황실의 종친인 유표에게 몸을 의탁한 채로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유표의 영토인 형주 안에서는 유표의 측근인 채모가 권력장악에 방해가 되는 유비를 죽이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고 유비를 계속 경계하는 조조는 언젠가 손권과 함께 유비를 제거하겠다고 다짐을 거듭하고 있었다. 유비와 손권만 제거하고 나면 중원통일의 야망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비는 변변한 기반도 없이 떠도는 신세였지만 그를 존경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조조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결국 조조는 형주를 공격하게 되고 적벽에서 벌어진 대 결전에서 손권+유비 연합군에게 대패함으로서 중원 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만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많은 사람들이 손학규 지사를 알고 있으며 그를 존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5월 17일 데일리서프라이즈 기사를 보자. 국회 출입기자 투표에서 손학규 지사는 ‘최적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정되었다. 미디어오늘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지사는 국회 출입기자 130명 가운데 24.6%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사실상 한나라당에서 최강의 위치에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은 10.8%에 그쳤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6.9%에 머물렀다.

국회 출입기자 여론조사의 의미

물론 국회 출입기자 수는 130명을 훨씬 넘는다. 그래서 국회 출입기자 130명이 참여한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국회 출입기자 절대 다수가 손학규 지사를 최고의 차기 대통령감으로 보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지난 2002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중들에게 높은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을 때 국회 출입기자들은 노무현 후보를 최고의 차기 대통령감으로 지목했다. 결국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정리하면 국회 출입기자들은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 계층의 의식을 대표하고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그만큼 무게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이들이 손학규 지사를 1등으로 지목했다는 것은 그래서 가치있게 평가될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시장이나 박근혜 대표는 왜 저조한 지지율 수치를 기록한 것일까? 우선 그 이유는 이 시장이나 박 대표가 확실한 보수성향을 보이고 있음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출입기자들은 연령이 젊은 축에 드는 경우가 많고 정치성향도 보수적이기 보다는 중도적이거나 진보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학규 지사의 정치 노선은 대략 중도보수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국민들의 이념 분포를 분석해 보면 대략 중도보수 층이 가장 많다고 분석될 수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 중도보수 층은 정치 참여란 문제에 있어 가장 소극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손학규 지사의 숙제

앞서 국회 출입기자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비교적 고학력의 전문가 집단에서는 손 지사에게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손학규 지사의 국민 지지도는 낮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부터 손 지사의 국민 지지도가 낮은 이유를 이야기하도록 할 것이다.

① 이명박 시장과 차별화가 안되고 있다

② 일반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③ 강한 개성이 없다

물론 정치권 주변에서는 손 지사의 문제점으로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이번 기사에서는 손 지사의 현재 문제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 세 가지에 대해서만 언급하도록 할 것이다.

손 지사를 좋아하는 정치권 주변의 인사들은 손 지사에게 직언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이 볼 때는 현재 손 지사는 불안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으로 적어도 10% 정도의 지지율을 만들어 놓지 못하면 손 지사는 박근혜 대 이명박의 양대 구도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 중견 언론인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손 지사가 차차기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손 지사는 젊기 때문에 차차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차차기 역시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과연 현실적으로 차차기에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손학규 지사에게는 차차기는 사실상 없다

현재 한나라당에는 강력한 차차기 후보 군이 형성되고 있다. 우선 가장 강력한 차차기 후보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목되고 있다. 경기도 지사 당선이 유력시되는 김문수 후보로서는 2012년 차차기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 나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물론 박근혜 대표 역시 차차기 후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표는 52년 생이므로 2012년이 되어도 만 60세의 나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박근혜 대표는 대중 인기 측면에서 손 지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손 지사보다 오히려 차차기에 유리하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국무총리 카드로 2007년 대선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명+박 조합이 2007년 대선의 필승 카드란 주장이다. 이렇게 될 경우 차기 이명박-차차기 박근혜로 자연스레 한나라당 내부 대권순서 교통정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손 지사에게 있어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정리하면 손 지사에게는 사실상 차차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 그야말로 죽을 각오로 2007년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다. 그리고 물론 손 지사는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소출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것이다.

삼국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채모의 흉계에 빠져 죽을 뻔한 유비 현덕이 채모를 피해 도망치다 수경선생이란 현인을 만난다. 수경선생은 유비 현덕에게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뛰어난 인재가 없어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요.’

유비는 수경선생에게 이렇게 답한다.

‘제 곁에는 관우,장비 같은 호걸과 유능한 선비들이 있습니다.’

그러자 수경선생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관우, 장비와 같은 호걸들은 물론 무용이 뛰어나고 나름대로 유능한 선비들이 유비 당신을 돕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들이 천하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오.’

제갈공명 없는 손학규 지사

수경선생은 유비에게 뛰어난 참모의 필요성을 설명해주고는 와룡과 봉추 가운데 한 명이라도 얻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여기서 와룡은 제갈공명이며 봉추는 방통이다. 결국 유비는 와룡과 봉추 두 사람을 다 얻게 되고 막강한 조조와 손권의 힘에 맞서 천하를 삼분하게 된다.

손 지사를 수경선생이 만나면 뭐라고 말할까. 결국 와룡과 봉추를 찾으라고 말할 것이다. 와룡과 봉추가 손 지사를 위해 일하게 되면 무슨 일부터 할까. 아마 낮은 대중 지지도를 끌어 올리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이다.

우선 손 지사의 최대 약점인 대중 지지도를 끌어 올리려면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의 이미지를 차별화해야 한다. 대중들의 입장에서 볼 때 손 지사와 이 시장은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손 지사 입장에서 볼 때 억울할 수 있지만 현실이 그렇다.

손 지사는 민주화운동가 출신이다. CEO출신인 이명박 시장과는 다르다. 그런데 정치 마케팅은 CEO 출신인 이명박 시장처럼 하고 있다. 한류우드나 외자유치 실적은 대단하지만 대중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아니다. 대중들은 경영이라면 먼저 이명박 시장부터 생각하지 손 지사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손 지사의 마케팅 전략은 그 기본 바탕부터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현재 이명박 시장은 가장 유력한 한나라당 대권후보다. 남성우월주의 성향이 강한 한나라당 내부 세력들이 이명박 시장에게 몰려 있다. 손학규 지사에게로 좀처럼 표가 오지 않는 까닭은 우선 손 지사가 영남이 고향이 아니기 때문이며 손 지사에게로 표를 보내봐야 사표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것은 박근혜 대표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다. 손 지사가 더 좋더라도 전략적 선택 때문에 박근혜 대표 지지를 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난관을 돌파하려면 손 지사는 뚜렷한 개성과 철학을 세워 기존 한나라당 지지층에 없는 새로운 지지층을 형성해 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바람을 일으켜야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대중 지지율이 크게 오르게 된다. 지금처럼 마치 이명박 시장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 노력만 되풀이 해봐야 지금의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대중은 손학규를 모른다

경기도와 손학규 지사 측은 손 지사의 사업들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주변 인사들은 손 지사와 경기도의 홍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대중들은 종이신문을 잘 읽지 않으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광고도 주의깊게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신문광고와 인터넷 배너광고 형태로 집중 집행되고 있는 경기도의 홍보전략을 꼬집는 이야기이다. 반면 이명박 시장과 박근혜 대표는 손 지사와 다르게 워낙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청계천으로 알려지기 이전부터 20대 이사-30대 사장-40대 회장 식의 성공한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널리 알려졌고 박근혜 대표는 아예 살아있는 ‘역사적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사정이 이러니 한나라당 내부나 일반 국민들 모두 이명박 시장이나 박근혜 대표에게 표를 몰아 줄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손학규 지사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가 대중들의 마음 속에 들어있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손학규 지사가 하루 빨리 대중 지지도를 크게 올려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선이 흥행에 성공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처럼 이명박 시장의 낙승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경선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경선이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넘버 3’인 손학규 지사가 분발해줘야 한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부의 사람들은 손 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손학규 대통령」은 없다. 지금 손학규 지사와 주변의 참모들이 해야 할 일은 일정을 따라 바쁘게 뛰는 것이 아니라 냉철하게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냉철하게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면 결국 「손학규 대통령」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제갈공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할 것이다.

유비에게는 제갈공명이 있었고,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딕 모리스가 있었다. 부시 대통령에게는 칼 로브가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이해찬 의원이 있었다. 손학규 지사의 곁에는 언제나 제갈공명이 찾아들 것인가. 제갈공명을 찾으면 「손학규 시대」가 오지만 제갈공명을 못 찾으면 「손학규 대통령」은 없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