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정리 본격화에 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

은행권, 수익성 개선 기미 안보여…“근본적 대응능력 키워야”

2016-12-20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정부가 한계기업 정리를 본격화함에 따라 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예상치 못한 기업부실이 드러날 수 있는 데다 은행권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통계 등을 종합하면 조선 등 경기민감업종을 중심으로 기업의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한국은행의 2014년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정도를 뜻하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2012년 260.0%에서 2013년 283.9%, 2014년 284.5%로 증가했다.   기업 전체적으로는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자보상비율 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같은 기간 25.6%에서 26.5%로 오히려 악화돼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였다.    위험업종만 따로 두고 보면 이런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조선업(선박및보트건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011년 493.3%로 양호한 상태였으나, 2012년 218.0%, 2013년 -35.1%, 2014년 -234.5%로 매년 급격히 악화됐다.   저유가로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업종(코크스·연탄·석유정제품 제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011년 811.7%에서 2014년에는 -180.5%로 수직하강했다.   장기불황을 겪는 해운업(수상운송업)은 2011년 -52.7%에서 2014년 66.5%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은행권이 기업의 부실 위험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STX 사태 이후 대규모 금융권 부실이 큰 이슈로 떠올랐고 은행들도 위험업종에 대한 여신 규모를 줄이는 등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를 해왔다.   문제는 저금리로 연명하고 있던 기업의 구조조정 본격화나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예기치 못한 기업 부실 사태가 추가로 드러날 경우다.하지만 은행권의 건전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양호하기 때문에 큰 충격이 오더라도 손실을 감내할 여력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을 앞두고 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이 2013년 120.5%, 2014년 124%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133.1%로 오르는 등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부실이나 대외 충격으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악화가 발생하더라도 규제 수준을 밑돌거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분석일 뿐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은행 건전성 여건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금리와 경기회복 부진으로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두 차례 경제위기 경험으로 그동안 외환건전성이나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에 대내외 충격이 오더라도 단기간에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는 점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