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긴축·완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내년 금통위원 무더기 교체…새 경제팀과의 호흡 필요
2016-12-20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경기 회복과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방지라는 대내외적으로 거센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내년 초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통화신용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도 극복해야 한다. 이 총재는 지난 2014년 4월 1일 취임 이후 1년 9개월간 주로 부진한 국내 경기 흐름에 대응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4월의 세월호 사고와 올해 6월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자 총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려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에 도달했다.정부도 추가경정예산 투입과 각종 소비확대 정책으로 경기 살리기에 나섰지만 글로벌 수요부진과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국제유가 급락에 막혀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내년부터는 국내외 경제여건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경기 개선에 기반한 것이므로 한국 경제에도 일정 부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부진 때문에 이런 긍정적 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주요 국의 통화신용정책이 긴축 대(對) 완화로 갈라서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大分岐·대분기)’ 현상이 노골화하고 있다.이 총재로서는 자금 유출도 막고 국내 경기도 살려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부진한 경기를 살리려면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해야 하지만 금리를 내리면 내외 금리차 축소로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 등에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직후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추후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국의 위기로 비화된다면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장 내년 초엔 추경과 소비확대 정책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가 다시 냉각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 한은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처럼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은데 내년 4월엔 금통위원이 무더기로 바뀌게 돼 있다. 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를 제외한 외부 출신 금통위원 5명 중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위원 등 4명이 내년 4월 20일로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대거 교체되면 통화신용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또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 일정으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신경 써야 한다.한은이 기존의 역할과 기능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는 주문도 쇄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이 총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후임이 임명되면 새 경제팀과 호흡을 맞춰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해외경기의 방향이 엇갈리는 이런 여건에선 국내 경기와 물가수준을 보고 금리정책 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외국인의 급격한 투자자금 유출이 없는지 주시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