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기업지원 뒷전, VIP고객 접대가 더 짭짤?'
서울 고급 한정식에 우수 고객 초대 '화려한 만찬' 펑펑
2007-05-19 이재필 기자
하지만 요즘 이들의 취급 업무나 영업 방식을 보면 저절로 뭔가 잘못됐음을 알 수 있다.
산업은행의 이러한 잘못된 정체성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지난 달 19일 일어났다. 산업은행은 서울의 한 고급 한정식 집에서 우수 고객 120여명을 초대해 술과 전통공연을 관람하는 만찬을 열었다.
이 만찬에 들어간 돈은 1인당 8만 원 이상. 순수 식사비용으로만 1천만 원 이상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창립 52주년을 맞아 고객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자리였다”며 “시중은행들은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책은행이 사실상 시중은행의 프라이빗 뱅킹을 따라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기업들에게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산업은행이 일반고객을 상대로 하는 돈벌이에만 너무 집착한다는 것이다.
지난 19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은 개발시대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고도성장의 시대가 끝나다 보니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기업이 아닌 일반인들을 상대로 영업력을 강화하면서 점포수는 30여개, 고객 수는 13만 명까지 늘어났으며 자산 규모도 100조원에 육박했다. 이러한 규모는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1~3월) 중소기업에 공급한 자금은 8102억 원으로 올해 목표 6조원의 13.5%에 그쳤고 혁신형 중소기업 특별지원액도 목표액 2조 5천억 원의 15.4%인 3846억 원에 머물렀다. 이는 산업은행이 본연의 취지인 기업 지원에는 얼마나 인색한지를 나타내 주고 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는 열린 우리당의 우재창 의원에 의해 산업은행의 정체성 문제가 거론됐었다.
우 의원은 “(산업은행이)기업보험도 많이 팔고 있고 수익증권도 많이 팔고 있고 원스탑 금융서비스 등 이게 다 민간금융확대다. 이것이 과연 산업은행이 나갈 길인갚라며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일반인을 상대로 한 영업사업에만 치중하는 산업은행의 행동을 지적했었다.
이처럼 산업은행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현대차 부실채권 수사와 관련해 박상배 전 부총재가 검찰에 체포되는 등 금융스캔들도 끊이지 않아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은행 정체성 확립을 위한 방안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의 기능을 대폭 축소 재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저기 사업을 벌이지 말고 나름의 역할을 맡겨 한 분야로 역할을 국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간들의 공공성이 많이 약해져 있는데 이 부분을 산업은행이 맡아서 풀어줘야 한다고 이들은 전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칼럼리스트 김방희 씨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외환위기 이후에 공익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외국자본들이 많이 참여한대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 때문에 공공성, 공익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걸 보완하는 역할을 산업은행의 기능을 축소 재조정해서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 역시 재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산업은행이 3월 말 한국금융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산업은행의 역할 재정립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면 국책은행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할 예정임을 밝혔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비롯한 회사채 발행 주간, 파생상품 거래, 금융채 발행, 벤처 투자, 해외 차입 등에서 업계 최고에 올라 있다. 금융계에서는 기업 인수합병에서도 국내 금융회사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모 대학교 김 모 교수는 “산업은행의 기능 모두를 바꾸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은 기업 금융 분야에서 독보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살려 국익에 도움이 될 만한 국책 은행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공익성이냐 수익성이냐 산업은행이 불분명한 방향 설정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에 대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hwona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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