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으로 이자도 못 갚아' 만성적 좀비기업 10곳 중 1곳
대기업·비제조업 증가 속도 빨라… "구조조정 확대해야"
2016-12-22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국내 기업 가운데 ‘만성적 좀비기업’이 10곳 중 1곳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금융회사들의 관리 부실과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영향이란 분석이다.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인 2만799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이 2009년 8.2%(1851개)에서 2014년 10.6%(2561개)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00%를 넘지 못한 곳이고, 만성적 한계기업은 2005년부터 10년간 2차례 이상 한계기업이었던 곳을 지칭한다.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졌다는 얘기다.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지난 2009년 12.4%에서 2014년 14.4%로 2.0%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한계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의 비중은 65.7%에서 73.8%로 8.1%포인트 상승했다. 만성적 한계기업 중 이자보상비율이 연속으로 5년 이상 및 10년 이상 100%를 밑돈 기업도 64.4%(1650개), 10.0%(257개)에 달했다. 이들의 자산과 부채, 종사자 수는 작년 말 현재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각각 7.8%, 14.1%, 5.4%였는데 일부 대기업이 새로 포함되면서 부채의 상승폭(4.8%포인트)이 컸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빠른 속도로 늘었으며 비제조업의 증가 속도가 제조업보다 빨랐다.이들 기업은 수익성은 물론 지난해부터 매출 증가율도 감소세(-5.4%)로 전환됐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기업 경영실적이 개선되지 못하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때 만성적 한계기업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업이 운영자금을 주로 외부차입에 의존하면서 차입금의존도가 작년 56.3%로 정상기업(24.6%)의 2배를 넘었다. 금융회사가 기업 신용평가 및 자산건전성 관리를 관대하게 했기 때문에 이런 부실기업이 빚을 계속 늘리며 연명할 수 있었다고 한은은 추정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이들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 은행과 정책금융 관련기관들이 만성적 한계기업에 빌려준 신용공여액이 2011년 22조8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43조7000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한은은 만성적 한계기업이 기업의 설비투자 및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외부 충격시 금융회사의 대규모 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 확대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