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열린-민주당 합당 아니면 제3의 신당이냐?
高 캠프 추미애 전 의원 영입 추진, 민주당과 연대 염두?
2006-05-19 김명은 기자
<추미애, 노무현 정부 “통합 못한 ‘정치적 미숙아’”>
<한화갑 대표, “고 전 총리에게 거당적 예우할 터”>
여야 각 정당으로부터 끝임 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고 전 총리가 통합의 리더십과 국민통합을 정치지도자의 제일 덕목이라 생각하는 자신의 뜻에 맞춰 노선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최근 고 전 총리의 지지모임인 우민회가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을 영입하려는 뜻을 내비췄다. 이로 인해 고 전 총리측이 추 의원을 매개로 민주당과 연대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오랜 전부터 고 전 총리에게 입당 제의를 해왔던 상황.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화갑 대표와 고 전 총리가 만나 정치적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추 전 의원에게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해 두 사람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이미 노무현 정부에 쓴 소리를 쏟아내며 민주당과의 통합을 강조한 사실이 있는 추 전 의원과 최근 민주당과의 합당 주장을 조금씩 내비추고 있는 김 의원의 교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고 전 총리가 기존의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형식이 아닌 민주당, 열린우리당, 국민중심당 등과 함께 통합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선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화해를 중재, 재결합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고 전 총리의 선택이 정계개편을 몰고 올 뇌관(雷管)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정의 골이 너무 깊은 열린우리 와 민주당
고건 전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분열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지도자의 통합리더십을 강조한다. 고 전 총리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것이 분명하다면 이는 본인에게도 분열상황을 통합으로 복원시키는 능력을 보여주는 책임이 따른다는 얘기가 된다.
고 전 총리는 민주당 후보로 서울 시장을 역임한 바 있고 분열 전 민주당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다.
본인 스스로도 민주당은 친정 같은 곳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친정이 분열된 상태에서 정치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고 전 총리는 친정의 통합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을 곳곳에서 받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열린당은 없어질 당”이라며 양 당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언급조차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양 당의 통합을 외치는 부류가 존재한다.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시고 도미한 추미애 전 의원의 경우, 노무현 정부의 위기는 “통합을 못한 ‘정치적 미숙’에서 나온 것이며, 개혁은 통합의 정치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위기가 민주당과의 분당에서부터 시작된 만큼 이제라도 민주당과의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도 지난 2월 전당대회를 거치며‘반(反)한나라당 범양심세력 대연합추진 연석회의’를 주장하며 고 전 총리에게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것을 권유했다.
김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고 전 총리도 “우리는 주파수가 맞다”며 민주세력연합론에 대해 원칙적 찬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민회, 추미애 전 의원 영입 추진
얼마전 우민회측 관계자가 “우민회가 중심이 되서 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몇 개 단체와 연대해 세를 규합하려 한다”며 “이 때 우민회의 대표로 추 전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여러 사람을 물색 중이며 추 의원은 그 중에 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고 전 총리측에서 ‘고건-추미애’ 연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사실 두 사람의 연대는 그동안 추 전 의원측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바이다.
이에 대해 우민회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이미 작년 12월 내용이고 추 의원이 직접 언급한 것이 아니라 관계자측에서 흘린 내용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입 추진이 추 의원을 매개로 한 민주당 전체와 고 전 총리간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에 대해 우민회 관계자는“아직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측,“열린우리당은 선거 후면 없어질 당”>
<고건측, 추미애를 매개로한 민주당과의 연대 의도“아직 아니다”>
<민주당측, “김근태, 교란시키지 말고 탈당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라”>
또한 이번 영입 문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추 의원이 대표를 수락할 경우, 고 전 총리와 김근태 의원의 연대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추 전 의원측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원이 다각도로 추 전 의원에게 접촉을 해왔고 지난해 두 사람 간에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민회 관계자는 “김 의원과는 코드가 아니라 ‘주파수’가 맞다”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민회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우리는 정치적 목적이 없는 순수한 봉사단체로서 대선의 진행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전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방선거에서 역할 부탁을 위해 대표님 특사를 미국에 보내려고 했으나 본인이 거부, 지방선거 후에 오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귀국에서 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과는 일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복잡한 내부 관계가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민주당-고건, 고건-김근태의 연결고리
열린우리당과 분당 후 공식·비공식적으로 고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 온 한 대표가 이번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식석상에서 직접 만남의 자리와 논의 내용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한 대표는“고 전 총리에게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민주당이 한국정치의 틀을 짜는데 앞으로 역할을 해달라고 했으며 거당적으로 예우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 전 총리가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었지만 부인도 없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와의 회동에서 민주당과 한 대표가 큰 역할을 해달라고 얘기한 것이 앞으로 정계개편의 사전 작업 차원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한 대표는 "사전 작업이라기보다는 민주당의 입장을 내가 설명했고, 고 전 총리도 공감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측은 “의례적인 만남이었을 뿐 입당과 관련한 논의가 오고 간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어 아직 민주당과의 연대가 확실한 것이 아님을 내비췄다.
또 한편 고건 전 총리와 김근태 의원은 이미 ‘주파수’를 맞춘 상태다.‘민주세력연합론’에 이어 지난 4월 열린우리당 내 재야파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소속 의원 주도로 한·미 FTA 보완책 구성을 위한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에 부흥이라도 하듯, 고 전 총리도 대학 강연 등에서 FTA 피해 산업에 대한 충분한 보완 대책이 시급함을 강조하고 나서 고 전 총리와 김근태 의원이 한미 FTA 보완책 구성을 위한 정책연대의 가능성이 회자됐다.
그런데 5월 들어 김 의원이 ‘정책연대’를 전면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3일 김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원칙을 중심으로 ‘민주세력’이 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봤다”며 ‘민주세력연대의 전략적 합의를 위한 회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후 김 의원측 관계자가 “이에는 고 전 총리도 포함된다”는 말을 해 고 전 총리와 김 의원의 정책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김 의원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는 민주당과의 합당의 뜻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범민주세력의 통합을 이루자는 김 의원의 주장이 민주당 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규합해 민주당-고건-김근태의 연결고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개혁세력의 재평에 줌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창조적 파괴와 공조를 천명하고 있으나 이것은 우리를 교란시키기 위한 지방선거용 전략, 전술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 그러한 뜻이 있다면 열린당을 탈당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 진정성을 의심했다. 그는 또한 “열린당은 선거 후 해체될 것”이라며 지금은 선거에 전력투구해 민주당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고건, 제3의 신당창당이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이냐
고 전 총리는 현재 열린우리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한나라당으로부터도 연대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전 총리가 언젠가는 이 같은 러브콜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국민들과 모든 정치세력들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고 전 총리의 정치적 선택이 분명해지면 선택에서 제외된 세력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러면 고 전 총리에 대한 네거티브 운동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현재의 지지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고 전 총리가 그동안은 이 시장에 비해 정치적 공세를 적게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고 전 총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또 다른 요인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대중적인 인기만으로 대선 경쟁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치적 선택을 통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고 전 총리의 최근 정치적 행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앞으로 그의 선택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정치권은 고 전 총리가 지방선거 후 민주당 , 열린우리당, 국민중심당 등과 함께 통합신당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체로 무게를 두고 있다.
즉 고 전 총리가 기존의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형식이 아닌 제3의 통합신당을 만들어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고 전 총리가 열린우리당을 분열시키고 통합신당을 만드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통합의 정캄를 주장하는 고 전 총리가 또 다른 분열의 핵이 된다면 그의 정치적 신념에 큰 손상이 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열린당이 없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의 해체가 가져올 거대 후유증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추미애 전 의원을 비롯한 여러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도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가 아니다.
또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동시에 고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고 전 총리가 두 당의 화해를 중재할 최적임자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고 전 총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양당의 재결합 추진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선택은 고 전 총리의 몫이다. 고 전 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각 정당들도 결국 정권창출이라는 정당 제1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고 전 총리가 필요한 것이다.
고 전 총리의 입장에서도 대권이라는 본인 스스로의 꿈을 위해 승산 있는 결정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선택이 임박했음을 고 전 총리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고 전 총리를 둘러싸고 얽혀있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결론지어지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후 있게 될 정계개편에서 고 전 총리가 어디쯤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해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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