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믿음 버린지 오래, 환상만 심어줘”

이인제의 조용한 정치 행보, 그러나 강하게~

2007-05-19     김명은 기자
<국민중심당의 출범은 “역사의 필연”“소극적 패권”>
<“사악한 정치의 뿌리를 뽑아 희망의 싹 틔울 것”>

[매일일보=김명은 기자] 지난 1월 중부권을 기반으로 창당한 국민중심당의 이인제 최고위원이 최근 노무현 정권을 겨냥,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검찰수사 중 정관계 인사들이 자살한 사건을 통해 비춰진 현 정부의 그늘을 꼬집으면서 한편 자신의 새로운 정치의 뜻도 피력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17일 본인의 홈피 IJ논단에 ‘권력의 그늘, 자살은 끝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현대차 사옥 증축 인허가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석안 前 서울시 주택국장 사건과 관련, “노 정권의 검찰이 또 한 사람을 자살로 몰아넣었다”며 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 의원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도 일부 정치 검사들이 정권을 위해 봉사해 왔지만, 검찰의 수사를 받다 자살한 사건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경우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정권의 정치검찰은 물리적 강박이 아닌 교묘한 회유와 심리적 압박으로 목적을 달성한다”며 “현 정권들어 현대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이르기까지 목숨을 끊은 희생자들을 세는 데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찰이 책임을 인정하거나 누구를 문책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고 이번에도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발뺌하기 바쁘다”며 “검찰이 책임을 모면하고 싶다면 그 주택국장이 죽음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을 만큼 큰 부패를 저질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의원은 “노 정권은 검찰의 덫에 걸린 사람들만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며 “매 39분마다 한 사람씩 자살하는 것이 우리사회”라는 것을 일깨웠다.

아울러 그는 “노 정권은 믿음을 버린 지 오래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쉬지 않고 말을 바꾼다”며 현 정부의 행태를 비난했다.

그리고 “노 정권은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려 혈안(血眼)”이라며 “강남을 미워하면 강북이 잘 사는가? 부자를 적대하면 가난이 물러가는가? 미국을 반대하면 통일이 오는가? 그리고 과거를 뒤집으면 미래가 열리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노 정권을 향해 “이보다 더 사악한 정치는 없을 것”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 사회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믿음을 주는 일 뿐”이라며 “하루 빨리 건강한 정권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권의 꿈을 향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크게 보고 공부하며 노력하는 자세로 나가겠다. 정치를 하는 이상 대통령의 꿈을 버릴 수는 없다”, 두 번의 대선 도전을 실패로 끝낸 바 있는 이 의원에게 2007년 대선 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지난 2월 <매일일보> 편집국장과의 대담자리에서 밝힌 그의 대권 도전의 꿈은 조심스럽지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이 의원이 현재는 언론의 관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그는 기회가 닿을 때 마다 대권 도전의 뜻이 있음을 내비춰 왔다.

지난 4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는 “충남지사는 저의 소명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제가 어떤 형태로든 잘못된 정권을 밀어내고 건강한 정권을 세우는데 기여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내년 대선에 동참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직접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으나 “어떤 선입견 없이 다 생각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그러면서 차기 대선을 “반(反)열린우리당, 반(反)한나라당 정치세력의 결집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과거 민주당 탈당 과정에 대해 “경선과정이 불공정했다”는 말을 해왔다. “당시 몇 번의 충격적인 공작에 의해 여론이 태풍처럼 뒤집혀 버렸다”며 민주당 탈당 과정에 대해 설명하며 지금도 그런 소신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밝혀왔다.

지난 1월 중부권을 지역 기반으로 창당한 국민중심당이 출범한 배경을 이 의원은 “역사의 필연”이라고 말한다.

영남과 호남이라는 강한 지역구도 속에 자민련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청권의 방어적 본능에 따라 소극적인 지역 패권 정당을 지향하는 정당의 출현은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신당은 낡고 후진적인 지역 패권 정당을 거부하고 내부혁신을 통해 반 지역 패권 정당으로서 미래지향적인 건강한 정당을 목표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입문 후 이 의원은 많은 역경을 헤쳐 나왔다.
두 번의 대선 도전이 실패로 끝났고 최근엔 한나라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고역을 치루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의 정치항로에 대해 “항상 미래를 보면서 정치를 해왔다”며 “낡은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 세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편견과 고통 속에서도 낡은 지역패권 구도와 이념을 극복하기 위해 어렵고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고 자평했다.

이 의원은 현재 국민중심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수도권 지역을 맡고 있다.

선거지원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가 자신의 글 마지막에 “국민들은 위대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정치적 소명을 드러냈다.

“사악한 정치의 뿌리를 뽑아버려야 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을 질식시키는 권력의 그늘을 지워야 한다. 그리고 그 터전 위에 희망의 싹을 틔울 일”이 바로 그것이다.

mekim@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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