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KDB산업은행 출범 1년…정책금융 격동의 역사
“대우조선 사태”와 “대우증권 매각” 희비 엇갈린 한해
2016-12-28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가 합병해 KDB산업은행으로 출범한 지 1년이 됐다.지난해 12월 31일 합병 절차를 마치고 올해 1월 2일 ‘통합 산업은행’으로 출범한 산업은행은 이후 대우조선 사태와 각종 구조조정 이슈로 격동의 1년을 보내야 했다.내년에도 부실기업 문제를 비롯해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이 강조되면서 산업은행은 또 한번 격량의 시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1954년 창립 이후 60년 역사를 지닌 산업은행은 2008년 이명박정부의 산업은행 민영화 공약으로 인해 큰 변화를 맞기 시작했다.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내외 경제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제동이 걸렸다.이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의 길을 걷게 됐다.2013년 8월 금융위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내놓으면서 산은금융지주를 해체하고 정책금융공사와 다시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이후 산업은행은 출범 첫 해 부터 국내 기간산업의 부실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몸살을 앓았다.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 문제와 올해 초 동부그룹 구조조정 이슈가 휩쓸고 지나간 후 7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면서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책임론이 급부상했다.대우조선해양은 실사 결과 올 하반기 이후 영업외손실을 포함해 최대 3조원의 추가 손실 발생 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대우조선의 연이은 대규모 부실 공개로 인해 주채권으로서 경영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빗발치는 비판을 받은 산업은행은 이후에도 구조조정 이슈가 거듭되면서 재무 상황까지 나빠졌다.산업은행은 2013년 1조4천4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13년 만의 적자를 냈고, 지난해에는 당기순이익 1천835억원으로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다.통합 당시 제시된 비전인 미래·신성장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역할을 놓고도 비판이 제기됐다.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 이상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산업은행의 대기업 대출 비중이 2011∼2014년 연평균 39.9%에서 통합 후인 올해 40.8%로 증가했다며 미래·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하지만 통합 첫해인 올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 역할을 재정립하고 시장 마찰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해 온 금융자회사 매각을 성공리에 마쳤다.산업은행은 지난 8월 KDB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패키지 매각계획을 발표한 뒤 진행한 경쟁입찰의 ‘흥행’에 성공했다.대우증권 기준으로 장부가(1조8천392억원)보다 4천억원 가까이 높은 2조4천500억원 안팎을 제시한 미래에셋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다.산업은행은 자회사 매각의 첫 단추를 끼움과 동시에 입찰에 큰 차익을 남김으로써 향후 자본건정성 면에서도 큰 도움을 얻게 됐다.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인 이대현 부행장은 “매각대금을 미래성장동력산업 육성과 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내년에 대금이 들어오면 BIS 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산업은행은 내년에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이끌어 가는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산업은행의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산업은행을 정책금융공사와 분리해 글로벌 IB를 지향하도록 한 목표 자체는 언젠가 달성해야 할 목표였다”며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성이 불가능해졌고, 정책금융공사만으로는 부실기업을 감당할 수 없으니 산업은행에 떠넘기고 만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대형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산업은행이 떠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질타만 할 것이 아니라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김 교수는 특히 “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맡아야 하는 산업은행 수장에는 전문성 있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인물을 앉혀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석헌 교수는 “내년 시행되는 정책금융공사 역할 강화 방안을 보면 산업은행에 중견기업을 지원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중견기업은 자본시장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며 “산업은행의 규모를 줄이고 벤처·미래성장 산업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