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우회출자·위장계열사 통한 순환출자 제재해야”

2016-12-28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8일 “기업 집단의 지배구조를 악화시키는 출자형태가 상호출자나 순환출자 이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하므로 조사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 양용현 연구위원과 조성익 연구위원은 이날 ‘기업집단 출자 규율제도의 재검토 및 추가규율의 필요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우회출자나 계열사 지분과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 순환출자 고리에 비계열 우호기업이나 위장계열사를 끼워넣는 방식과 같은 출자양태도 규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기업의 출자 양태를 제한하는 것은 실제 자본이 투입되지 않고도 자본금 규모를 증가시켜, 경영진의 기업 지배력을 키워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의 장기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연구팀은 “현재는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제도에서는 과도한 소유-지배 괴리 억제와 같은 주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KDI는 “현재 순환출자금지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특정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로 이뤄진 신규 순환출자고리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만약 우호적인 비계열사나 계열회사로 지정되지 않는 회사를 이용하는 경우 얼마든지 신규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가령 한 기업집단 계열사 A1이 다른 계열사 A3에 유휴자금을 이전하려고 할 때 A1이 계열사 A2에 자본금을 이전하고서 A2가 해당 자금을 A3에 이전하면 자금은 A3에만 남게 되고 A2는 A3의 의결권을 확보한다. 그러나 A2에 자금이 남지 않는데도 A1도 A2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우회출자’가 발생한다.실제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2013년 12월 삼성그룹의 두 계열사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는 각각 3010억원씩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출자하기로 했고, 같은 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상증자 형태로 계열사 바이오에피스에 출자를 진행한 바 있다.또 계열사 지분과 자사주 교환을 통한 가공의 의결권 확보하는 방식은 계열사 간 지분 맞교환 등을 통해 본사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또다른 방식이다.예를 들어, 어느 기업집단의 계열사 B1이 다른 계열사 B2가 보유한 계열사 B3의 지분을 사들이고 B2는 B1으로부터 받은 지분매각 대금으로 B1의 자사주 지분을 매입하는 식이 가능하다.이렇게 되면 자금이 B1으로부터 출발해 다시 B1으로 환급돼 실제 이동은 없지만 B2는 B1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또 KDI는 우호기업, 위장계열사를 이용해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는 문제도 지적했다.C, D 기업 간 우호관계가 형성된 경우 C의 계열사 C1이 또 다른 계열사 C2에 출자하고 C2가 D의 계열사 D1에 출자한 후 해당 출자금액을 D1이 C1에 되돌리는 새로운 순환출자고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KDI는 “기업집단 출자규율은 원칙적으로 시장의 자율적 규율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기 전까지는 제도를 통한 규율이 불가피하다”면서 “대주주들이 불건전한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의도가 건전하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큰 출자양태들은 사후적으로 조사, 심의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