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장기화에 산유국들 긴축재정

보조금 삭감에 세금 신설까지

2016-12-29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국제유가 하락이 장기화하면서 산유국들이 긴축 재정에 나서고 있다.산유국들은 각종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고 휘발유 등 가격을 올려 재정을 확충하는 한편 세금 신설 및 인상 등을 통해 세수를 늘리려 애쓰고 있다.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6.81달러에 마감했다. 1년 전 같은 날의 마감 가격은 54.73달러였다.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배럴당 36.62달러선에서 움직인 내년 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년 전에는 배럴당 59.37달러선에서 거래됐다.국제 유가 하락 기조는 내년 상반기에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요 둔화 지속 등으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당장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산유량을 줄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초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의 국제 석유시장 가세로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는 29일부터 연료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보통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2센트에서 20센트로 67% 전격 인상했다. 고급 무연휘발유는 16센트에서 24센트로 50% 올렸다.사우디는 휘발유 가격뿐 아니라 경유와 등유 가격도 인상하고 보조금이 지원됐던 전기·수도 요금까지 올리기로 했다.앞서 OPE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중동 산유국 중 처음으로 지난 8월 연간 35억 달러(약 4조900억원)에 달하는 휘발유 보조금을 폐지했다.올해 들어 UAE를 포함해 이집트와 앙골라, 가봉, 인도네시아도 에너지 보조금을 줄줄이 삭감했다.증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사우디 등 걸프 지역 6개 산유국의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이르면 내년부터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이달 초에 공식화했다.저유가 장기화에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고수해온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 등이 없는 무세금 정책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국제유가 하락과 원유 생산감소로 세수에 구멍이 난 미국 알래스카 주(州)도 35년 만에 처음으로 주민으로부터 소득세를 걷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알래스카는 주민이 미국에서 가장 적은 세금을 내는 지역이다.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산유국들의 국가신용등급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8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의 맨 아래 단계인 ‘Baa3’로 한 단계 강등한 데 이어 최근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무디스로부터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있다는 ‘Caa3’ 등급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로부터는 부도 위험이 큰 ‘CCC’로 평가받았다.원유 수출로 국가재정의 90%를 충당하는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으로 올해 재정 수입이 전년보다 68%나 감소하는 등 국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