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① 저유가 시대 웃고 울고] 가벼워진 유류비, 車시장 견인
車업계, 신차 출시로 관련 시장 적극 공략··수요 확대
산유국 등 저유가에 따른 경기침체로 수출 악재 작용
2016-01-04 김백선 기자
[매일일보 김백선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인 ‘초저유가 시대’에 진입하면서 국내 산업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산유국의 발주 물량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은 조선과 건설 등은 수주 급감이 우려되는 반면, 자동차와 항공 정유 등 일부 업종은 유류비 절감과 소비 확대 기대감에 수익성 개선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수혜 업종에서도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따라 적용할 셈법이 복잡해지는 등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매일일보>는 장기화되고 있는 저유가가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4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유가 하락이 자동차 수요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대형 세단 같은 몸집 큰 차량의 돌풍이 예고된다.SUV 차량은 낮은 연비 탓에 기름값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레저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그동안 고유가에 소외됐던 대형세단도 마찬가지다.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 자동차 총 판매량 163만대다. 이 중 SUV 판매량은 40만1100여대로 2014년 같은 기간(30만4500여대)보다 10만대나 더 증가했다. 올해에도 국내 완성차업체의 SUV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0.4% 증가한 45만대로 예상된다.올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4.2% 감소한 122만대로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점유율은 37.0% 수준으로, 소형(15.8%), 중형(13.5%), 대형(14.5%) 등 일반 승용차를 제치고 최대 차급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을 증대시켰던 호재가 올해 사라진다”면서도 “SUV는 저유가와 전반적인 레저문화 확산을 지원하는 신차 출시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신차 효과에서도 기름값 부담이 적은 중·소형차 출시보다 SUV나 대형 세단 출시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판매 돌풍을 이끌었던 티볼리와 스포티지에 이어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대형세단 제네시스 EQ900 역시 초기 판매량이 예상치를 뛰어넘었다.가벼워진 유류비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신차 출시를 통해 SUV·대형 세단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기아자동차는 유로6 엔진을 얹은 대형 SUV 모하비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년 2월 출시한다. 모하비는 고급 SUV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출시 8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온다. 르노삼성자동차는 QM5 후속 모델을, 쌍용자동차는 티볼리의 ‘롱바디’ 버전을 각각 내놓을 예정이다.저유가 기조에 대형 세단의 인기도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현대차의 신형 아반떼와 쏘나타, 기아차의 신형 K5 등 중형차가 ‘신차 효과’로 자동차 시장 호조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 제네시스 EQ900과 신형 K7, 신형 그랜저 등 대형 승용차 부분에서 볼륨모델 신차 출시로 지난해보다 약 5.2% 증가한 17만6000여대가 팔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반면 중·소형차 시장은 대형 승용차와 SUV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판매가 줄 것으로 보인다. 중형차의 경우 르노삼성의 ‘탈리스만’과 한국GM의 신형 ‘말리부’ 등 신차 출시에도 내년 시장점유율은 13.5% 정도로 예상됐다. 소형차도 내년 점유율은 15.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무엇보다 큰 문제는 기록적인 저유가가 지속되면 자원 수출 산유국 등 경기침체로 국내 자동차 수출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특히 중동 지역 수출 물량의 90%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가 예상, 해당 지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 판매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동 지역 자동차 수출 물량은 총 44만7283대로 전년 동기(62만대) 대비 10.1% 감소했다. 국내 업체로서는 북미(110만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이에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네트워크 강화와 제네시스 ‘EQ900(해외명 G90)’ 등 신차 투입을 통해 중동시장에서의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중동 최대 소비 시장인 이란(인구 8000만명)의 경제제재 해제로 수출이 본격화될 경우 올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