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호 대부분 상속자..창업부호 안나와

400대 세계부호 65% 자수성가..한국은 모두 재벌2~3세

2017-01-04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한국 부호 대부분이 상속을 받아 재산을 불린 것에 반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부호는 스스로 창업을 통해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4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부호 상위 400명을 분류했을 때 65%(259명)가 자수성가(self-made)로 나타났다. 나머지 35%(141명)는 상속(inherited)으로 집계됐다.세계 부호 400위 중 한국인은 5명으로 모두 상속자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모두 재벌 2~3세다.반면 세계 최고 부자로 집계된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아만시오 오르테가(인디텍스), 워렌 버핏(버크셔 헤서웨이), 제프 베조스(아마존), 카를로스 슬림(텔멕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래리 페이지(구글), 래리 엘리슨(오라클) 등 상위 10명은 모두 창업을 통한 자수성가형이다.이들 중 오르테가(스페인)와 슬림(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미국 출신이다.미국은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나라로 세계 랭킹 400위 중 125명이 있다. 이 중 자수성가형은 89명으로 71%를 차지해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아시아 지역 부호는 80명으로 이 중 63명이 자수성가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9명 가운데 1명만 빼놓고 모두 창업을 통해 부를 쌓았다.대표적으로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 밖에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유명한 텐센트(텅쉰)의 마화텅과 바이두 리옌홍 등도 세계 부호 상위권에 포진했다.일본은 세계 400위 중 5명 모두 창업자로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세운 일본 최고 부호인 야다이 다나시를 비롯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세븐일레븐 이토 마사토시 등이 자수성가형 부호다.러시아는 18명 모두, 인도는 14명 중 9명(64%)이 자수성가 부호였다. 다만, 유럽은 자수성가 부호가 54명으로 상속 부호(55명)보다 1명이 적었다.한국은 자수성가형 인물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적다.지난해 12월 기준 상장사 주식부호 10명 중 창업자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모두 재벌 2~3세들이다.3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창업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등 6명이 포진했다. 100위권에는 25명이 있었다.이 때문에 한국은 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성장 사다리가 막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문가들은 창업 부호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 자본시장이 너무 고착화됐기 때문이라고 꼽았다.벤처기업인들이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금조달 과정에서 막혀 창업이 힘들다는 것이다.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미국에서 10년, 20년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자본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과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이 전통산업이든 첨단산업이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을 찾아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 역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김 교수는 “재벌이 경제력을 오남용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며 “(창업주인)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와 달리 역동적이지 못하고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린 재벌 3세가 부를 지키는 쪽의 의사 결정만 하다 보니 산업이 기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실제로 청년층 사이에서 창업 분위기는 사그러들고 있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 중 창업을 희망한 사람은 6%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41%에 달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인데다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창업 활기가 저조하다고 분석했다.부모로부터 상속한 부에서 얻는 수익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논문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을 보면 상속·증여가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은 1980년대 연평균 27.0%에서 2000년대에는 42.0%로 크게 늘었으며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