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오너’ 비엔그룹 후계자 경쟁 ‘장남 탈락?’
'대선주조 인수 주역' 장남 수현씨, 중요 그룹 인사서 배제돼
[매일일보]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비엔그룹이 주력 기업의 하나인 대선주조에 창업주 2세를 투입하면서 비엔그룹의 후계자 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엔그룹은 지난 12월31일 그룹 인사에서 창업주 조성제 명예회장(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의 차남 조우현(39) 비엔케미칼㈜ 대표를 대선주조 대표이사 겸 전무에 임명했다.
‘시원(블루)소주’를 대표 상품으로 하는 대선주조는 한때 부산에서 소주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경쟁사인 무학 ‘좋은데이’에 밀려 30% 지키기에도 힘겨워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지난 2011년 대선주조를 인수한 이후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오너 2세 직접 경영을 통해 배수진을 치며 무학과 전면전을 선포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주조의 지휘봉을 잡게 된 조우현 대표는 대학(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직후인 2006년 비엔그룹에 입사한 뒤 그룹 자회사 중요 직책을 두루 거쳐 2014년 5월부터 비엔케미칼㈜ 대표로 근무해 왔다.
조 대표가 이같이 그룹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밟고 있는 반면에 창업주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수현(41)씨는 지난 2012년 이후 그룹 중요 인사에서 번번이 빠져 후계자 경쟁에서 밀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장남 수현씨는 지난 2011년 비엔그룹이 대선주조를 인수할 당시 롯데그룹과 무학소주 등을 제치고 치열한 인수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당시 조 회장의 오른팔격인 그룹 총괄 전무 겸 비서실장을 맡고 있던 수현씨는 대선주조 인수 여세를 몰아 부친 조 회장이 2012년 3월 부산상의 회장에 선출되는 데 헌신적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2012년 하반기 이후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룹 경영 일선에서 종적을 감춰 ‘건강 이상설’ 등 갖가지 억측을 낳았다.
당시 조 회장은 장남의 행방을 묻는 기자들에게 “눈에 이상이 생겨 미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대답에도 불구, 수현씨가 그룹 경영일선에서 사라진 것은 대선주조의 무리한 인수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당시 지역경제계에 파다했다.
비엔그룹은 당시 대선주조의 실질 가치로 평가되던 750억원의 갑절이나 되는 167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 대부분이 은행 차입금인데다 SPC(특수목적법인)을 경유하지 않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그룹 전체 계열사들에게 경영 부담을 주고 있는 상태다.
비엔그룹에서 조수현씨의 현재 직책은 BK인베스트먼트 대표다. 지난 2009년 설립된 BK인베스트먼트는 부산과 경남의 중소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지역특화 전문 창업투자회사다.
BK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6월 결성된 100억원 규모의 ‘BK 동남권 서비스 전략산업 투자조합’ 자금을 포함, 566억원의 벤처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펀드자금을 모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지난 2011년 316억원을 결성한 이후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3~4년 내에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조성하겠다”던 그의 포부에 비해서는 한참 기대에 못미친다.
그런 그가 지난해 6월24일 열린 ‘BK 동남권 서비스 전략산업 투자조합’ 결성 총회에 투자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 자격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뒤 조용히 사라졌다.
수현씨가 BK인베스트먼트를 직접 창업한 주역이지만 주주 현황을 보면 동생 우현씨와 주식 보유량이 비슷하다.
수현씨가 전체 자본금 70억원 가운데 15억원을 출자해 21%의 지분을 갖고 있고 동생 우현씨는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는 대선주조(12%)와 조성제 회장(7%), 비엔그룹 계열사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한때 부친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장남 수현씨가 그룹 후계자로서 재기하기 위해서는 현재 몸담고 있는 BK인베스트먼트를 얼마나 알찬 벤처캐피털로서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달려있을 것이란 게 지역경제계의 대체적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