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박근혜 청와대 입성 0순위 등극

핵심 지지층 결집으로 대선주자 선호도 1위 차지

2007-05-26     김명은 기자
<사학법 투쟁, 공천비리 등으로 밀리던 박 대표 ‘피습’으로 행운 얻어>
<여대생의 위문편지, "얼굴에 난 상처 많이 안타깝고 화도 난다">

[매일일보=김명은 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만년 3등의 꼬리표를 떼고 1위에 등극했다.

그동안 고건 전 총리와 이명박 서울 시장에게 늘 밀리던 지지도가 이번 피습사건 이후 이뤄진 여론 조사에서 1위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동정심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여론 조사 결과뿐 아니라 박 대표를 응원하는 국민들의 메시지, 그리고 정국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불미스러운 일이 박 대표에게 행운으로 돌아와 박 대표의 청와대 입성에 약으로 작용할지 지방선거 후 정계의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듯하다.




지난 5월 20일 저녁 제1야당 대표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 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려고 단상에 오르려는 순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TV시청과 인터넷을 하며 주말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있던 국민들은 아마 속보를 보며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표의 상태를 걱정하던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자 이제는 이 사건이 정치판세를 뒤집는 대형 폭풍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표의 피습 사건이 지방선거 판세뿐 아니라 차기 대권 경쟁구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직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대표가 고건 전 총리와 이명박 서울시장을 제치고 예비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사학법 투쟁과 공천비리, 당내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을 받으며 양측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던 박 대표가 이번 사건을 통해 힘을 얻은 것이다.

MBC가 지난 20~22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벌인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 대표는 21.5%로 고 전 총리(21.1%)와 이 시장(18.1%)을 모두 따돌리고 선두에 올랐다.

이는 지난 4월에 이뤄진 조사와 비교했을 때 박 대표에 대한 선호도는 1.2% 포인트 상승한 반면 고 전 총리는 2.7% 포인트 하락했다.
이 시장도 1.4% 포인트 떨어 졌다. 특히 이 시장의 경우 ‘황제 테니스’ 파문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 CBS가 지난 22~23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벌인 조사에서는 박 대표의 상승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박 대표는 27.2%를 기록하며 이 시장(21.9%)과 고 전 총리(17.7%)를 따돌렸다.



박 대표의 선호도 상승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빅3’의 경쟁구도가 바뀌고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동정심을 자극한 일시적 변화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10·26 재선거 후 일부 조사에서 잠깐 1위로 나선 전례가 있었다는 것이 이유다.

한 리서치 전문가는 “피습사건 후 한나라당 지지도가 상승하고 선거 판세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봐서 박 대표 지지도도 영향을 받았다”며 “일단 일시적 효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구조적 변화’라는 전망도 있다. 먼저 박 대표가 피습사건 전부터 상승세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5월 중순에 이뤄진 CBS조사에서 박 대표는 24.9%로 고 전 총리(25.9%)에 이어 2위를 기록했었다. 그리고 지난달 이뤄진 MBC조사에서도 2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고 전 총리 지지도의 ‘답보’와 이 시장이 ‘황제 테니스’ 논란으로 주춤하는 사이 박 대표가 꾸준히 격차를 좁혀왔다는 분석이다.

또한 ‘국면적 현상’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현재의 박 대표 지지도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보기엔 너무 크고 경쟁구도 변화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선거 후 앞으로 수개월간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 후 많은 국민들이 박 대표의 쾌유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중 한 여대생이 보낸 위문편지가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여대생은 “사고의 와중에도 의연하신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아 이렇게 글을 쓸 용기도 얻었다”며 “얼굴에 난 상처가 많이 안타깝고 화도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치와 정치문화에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는 말을 남겼다.




박 대표의 이번 사고가 정치권의 아전인수(我田引水)가 되기보다 국민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 본인에게는 대권의 향배를 가름하는 새로운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지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mekim@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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