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수 파괴·직급 강등…인사 변화 바람 분다

부장검사 21명 부부장으로 ‘직급 역진’…고질적 인사적체 탓

2017-01-10     하병도 기자
[매일일보 하병도 기자] 검찰 조직 인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상반기 고검 검사급 인사 결과를 보면 ‘직급 역진’ 현상이 도드라진다.전보·승진인사 대상 560명 중 21명이 부장검사에서 부부장검사로 직급이 내려간 것. 심지어 일부 부장검사는 다른 검찰청으로의 이동조차 없이 현 자리에서 부부장으로 내려앉았다.부부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 후배 기수와 반대로 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선배 기수가 같은 검찰청에 소속된 사례도 나왔다.이는 상명하복의 근간인 기수·서열 문화가 뿌리 깊고 이를 최대한 존중하는 검찰 인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되고 있다.한 검사는 “그동안 많은 인사를 경험했지만, 십수 명이 한꺼번에 직급이 내려앉은 것은 처음 보는 일”이리고 평했다.다른 검사도 “지청의 부장검사가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중앙지검이나 서울 동·남·북·서부지검으로 옮기면서 부부장 직급을 받는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직급이 내려간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검찰 조직은 평검사→부부장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지방검찰청 검사장→고등검찰청 검사장→검찰총장 등의 단계를 밟아 승진된다.일반적으로 14∼15년차인 부부장검사까지는 일선에서 수사 실무를 맡고 부장검사부터는 결재 라인에 들어간다.이번 인사는 결재권을 행사하던 부장이 펜을 놓고 수사에 투입된 모양새다.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경륜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부장검사가 일선 수사업무를 직접 담당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검찰 내부적으로는 여러 해 계속된 고질적인 인사적체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부장 보직은 한정돼 있는데 조직을 떠나는 선배는 적고, 승진을 기다리는 후배는 갈수록 늘면서 불가피하게 일부 부장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한 부장급 검사는 “예전에는 근무 평점이 나쁜 부장검사를 전국 각 고검에서 수용했는데 최근에는 고검도 빈자리가 없어 인사안을 짜는 검찰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며 “이런 고민이 이번 인사에서 일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검찰 안팎에서는 기수 파괴 또는 직급 강등 인사의 폭이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변호사 업계의 불황으로 조직을 떠나지 않으려는 중간간부급 검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러한 경향을 더욱 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항아리 모양의 검찰 조직을 슬림화할 수단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도태되지 않기 위한 내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