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① 금융 격변의 새해] 금융권, 무한경쟁 돌입

자산관리 역량 강화·선제적 리스크 관리

2017-01-11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올 한해 금융권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말 단행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풍부하게 공급되던 글로벌 유동성은 돈줄이 마르게 됐다.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여건 역시 수출 부진 속 내수 침체가 지속이란 환경 속 저금리로 팽창한 가계부채,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이 위험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권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중시되는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 등장에 따른 수익성 확보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매일일보>는 각 업권별 변화되는 주요 정책과 이에 대응하는 금융사들의 경영전략을 조망한다.

<글 싣는 순서>

①금융권, 무한경쟁 돌입 
②금융지주, 계열사 시너지 창출 속도낸다
③은행, 집토끼 묶고 산토끼 잡는다
④증권, 초대형 증권사 출범 지각변동 파장
⑤보험, 저금리 시대 생존이 최우선

새해 금융권 수장들의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내용은 ‘자산관리 역량 강화’다.오는 3월부터 정부 세제 개편으로 도입되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연금판 ISA라 불리는 개인연금계좌가 도입된다. 이들 계좌는 보험, 펀드 등 모든 금융자산을 하나의 통장에서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 관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성과주입 도입으로 고객 수익률 제고가 전(全)금융권의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될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그간 금융상품 판매에서 그쳤던 영업 방식이 포트폴리오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금융권 수장들은 내다봤다.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고객들의 요구가 단순 금융거래 처리에서 질 높은 전문적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와 연계한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글로벌 펀드상품 등 자산포트폴리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한동우 신한금융 회장도 “수익성 중심의 자산 성장과 함께 고유자산 운용, 투자은행(IB) 비즈니스, 외환, 신탁 등 비이자 수익 증대에 매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자산관리·기업투자금융(CIB)·다이어트채널 등 계열사별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외에도 이광구 우리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주요 시중은행장들 역시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이들이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까닭은 ISA 도입과 맞물려 당장 2월부터 시행되는 계좌이동제 확대로 주거래 고객이 언제든지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월부터 페이인포 사이트 뿐 아니라 각 은행 지점과 인터넷뱅킹에서도 자동이체 계좌이동을 할 수 있다. 6월에는 그간 통신·보험·카드업종에서만 가능하던 자동이체 계좌이동서비스 대상이 전 업종으로 확대 실시된다.김 회장은 “저금리·고령화 여파와 계좌이동제, ISA 도입 등으로 시장 내 대기성자금의 업권 간 머니무브 현상이 본격화 할 전망”이라고 말했다.그간 자산관리의 대명사로 꼽힌 금융투자업계도 조직개편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NH투자증권은 최근 WM전략본부를 신설, 자산관리 영업과 상품 기획업무를 통합 수행하기로 했다. 삼성증권도 WM리서치팀 신설과 고객전략실을 ‘CPC(Customer-Product-Channel)’로 바꿔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과 채널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한국투자증권도 관련 부서를 격상시켜 자산관리서비스를 강화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도 최근 WM서비스본부를 신설해 연금·일임·자문·금전신탁·펀드판매 등 은행 및 보험을 비롯한 금융사의 자산관리 기능을 총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도 자산관리 분야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우리나라 가계의 총자산 대비 금융 자산의 비중은 25%로 미국 70%, 일본 6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자산 배분을 통해 국민의 평안한 노후 준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미국의 금리인상 후폭풍을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역시 금융권 수장들의 신년사에서 강조됐다.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한해라며 금융사의 건전성 확보와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건전성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진 원장은 “2016년은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가계와 기업 모두 자산과 부채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이익이 줄어드는 등 힘겨운 과정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금융당국의 건전성 강화 기조에 발맞춰 금융권 수장들도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시대에는 수비능력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우고 자산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부실의 쓰나미에 대비하는 방파제를 높이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권선주 기업은행장도 저금리 영향으로 잠복해 있던 한계기업,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무게중심을 두겠다’고 말했다. 함 행장은 질적 성장을 위해 부실이 발생하면 엄청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대기업 대출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 여신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조용병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도 리스크 관리 중요성을 언급했다.이외에도 금융권 수장들은 올해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가속화하는 비대면채널의 중요성도 신년사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