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건물 빌려쓰러 왔다가 내친김에 눌러앉는다?’
산본 쇼핑센터VS이랜드 ‘건물 소유권 법정 다툼 내막’
2007-05-26 권민경 기자
<이랜드 ‘전세권 설정 1순위 안 해, 보증금 날릴 우려’>
그 빠른 덩치키우기 만큼이나 뒤따라오는 잡음 또한 무성하다.
1조7천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에 관련된 부분에서 까르푸 일부 매장 매각, 인수까지 다양한 소문들이 파다하다.
이런 가운데 이랜드 계열사인 (주) 뉴코아에 쇼핑센터를 임대한 한 업체가 이랜드의 부당함을 호소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군포시 산본동에 있는 (주)산본역쇼핑센터(이하 쇼핑센터)와 이랜드는 현재 건물의 소유권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쇼핑센터 측에 따르면 임차인에 불과한 이랜드가 전세계약을 체결하며 ‘근저당권’을 가져간 이후 이를 악용해 쇼핑센터 건물을 뺏으려 시도했다는 것.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법원에 경매를 요청해 관련절차가 진행되기까지 했지만 쇼핑센터 측의 이의신청으로 경매가 중지됐다.
쇼핑센터는 특히 “이랜드가 자회사인 철도공사까지 기만해 가며 임의로 법원에 경매절차를 강행하는 등 각종 횡포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쇼핑센터가 임대차 계약상의 1순위 전세권 설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더욱이 전 분양업체 측에서 건물인도를 청구, 최악의 경우 건물을 인도해 주고도 순위에서 밀려 전세보증금 150억원 마저 날릴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이 경매를 진행했다” 고 반박했다.
쇼핑센터 ‘이랜드, 양심 속이고 건물 빼앗으려’
“‘기독교 정신’을 그렇게나 강조하던 이랜드가 최소한의 양심마저 속이고 쇼핑센터와 철도공사를 기만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이랜드와 경매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산본역 쇼핑센터의 주형규 이사의 말이다.
군포시 산본동 4호선 산본역에 위치해 있는 산본역 쇼핑센터(당시는 산본백화점)는 지난 1994년 ‘국유철도의 활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철도공사(당시는 철도청)와 민간사업자가 함께 설립한 지하 1층, 지상3층의 민자역사다.
철도공사에서는 역사와 역무시설만 확보하고 나머지는 영업시설로 활용해 쇼핑센터가 들어선 것.
현재도 철도공사와 쇼핑센터 측이 각각 15%와 8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후 IMF를 거치면서 자금 상황이 악화되고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는 등 부실화돼 결국 2001년 채권자인 도이치뱅크에 의해 경매가 진행됐다.
이런 저런 문제로 경매가 늦어지는 과정에 300명 이상의 임차인들이 임대차 보증금 한 푼 반환 받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고, 쇼핑센터 측은 5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경매를 해소하고 임차인들에 대한 보증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2005년 5월 경 이랜드 그룹과 접촉을 하게 됐고, (주)이랜드가 제안한 150억원에 건물 중 일부에 대해(1만 여 평 가운데 6천 평) 임대차 계약을 체결, 이후 그룹 계열사인 뉴코아가 이랜드의 임차인 지위를 승계 받게 된 것.
주 이사는 “사실 150억원이라는 임대차 보증금은 정상 임대가의 반도 되지 않는 낮은 금액이었지만 당시 사정이 워낙 다급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 면서 “임대차 계약 조건 또한 임차인인 이랜드가 요구하는 조건을 다 수용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지위가 뒤바뀔 정도였다” 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이랜드는 150억원으로 당시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던 쇼핑센터 내 임차인들을 정리할테니 명단을 달라고 했고, 7월 초 역시나 임차인인 이랜드((주) 뉴코아) 가 직접 채권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했다는 것.
이랜드, 전세권 설정 후에도 근저당 말소 안해.. 왜?
한편 주 이사는 “이랜드는 또 150억원에 대한 전세권을 설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면서 “그런데 당시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철도공사의 사장이 교체되는 시점에 있던 터라 전세권 설정계약서 절차를 거치려면 시간이 20일 정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 설명했다.
이에 이랜드는 그 기간의 보장장치로서 쇼핑센터 건물의 근저당권자로서 임의경매 실행자인 1순위 도이치뱅크, 8순위 이모씨, 나머지 근저당권자 5명에 대한 채권최고금액 합계 81억여원에 대해 채무변제가 됐음에도 바로 말소하지 않고 이랜드의 전세권이 설정될 때까지만 채권 양수도의 형식으로 서류를 가지고 있겠다고 했다.
이후 2005년 7월 21일 철도공사 측 서류가 마무리돼 이랜드 측이 요구하던 150억원의 전세권이 설정됐다.
그런데도 이랜드에서는 근저당권 설정 말소를 차일피일 미루며 이로 인해 약 230억원의 채권을 확보해 전세금 이외의 금원은 이중으로 채권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쇼핑센터 측의 주장.
쇼핑센터는 이러한 사실을 이랜드에 알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속히 근저당 말소 신청을 했다.
그러자 이랜드 측은 말소해주겠다는 구두약속과 확인서만을 발급해 주고는 역시나 말소해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이랜드는 지난해 12월 22일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근저당권을 가지고 법원에 ‘매각기일신청서’를 낸 것. 수원지방법원 경매5계에서는 2006년 1월 2일 쇼핑센터 측에 1월 17일 경매 기일이 지정됐음을 알려왔다.
주 이사는 “이랜드는 고의적으로 근저당 말소를 지연시켜 오다 경매를 통해 쇼핑센터 건물을 낙찰받으려는 저의까지 드러냈다” 고 비난했다.
이어 “이랜드의 이런 처사는 계약체결 당시 쇼핑센터의 어렵고 다급한 자금 상황을 악용해 근저당권을 양수도 받은 후 이를 이용한 것이다” 면서 “그리고 결국에는 경매를 통해 민자역사 전체를 낙찰받겠다는 것인데, 이는 쇼핑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유지분권자인 한국철도공사를 기만한 것이다” 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로 인해 현재 한국철도공사 소유 산본역사 전체가 경매목적물로서 제3자에게 낙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주 이사의 주장.
이랜드, ‘쇼핑센터 악랄한 수법에 당한 업체 많아’
한편 이랜드 측은 이 문제에 대해 “산본역 쇼핑센터는 상당히 문제가 많은 곳이다” 면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랜드 홍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근저당권을 말소시키지 않은 것은 애초에 계약 당시 쇼핑센터 측이 이랜드를 1순위 전세권자로 설정해주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오히려 전 분양 대행업체인 M사에서 뉴코아를 상대로 건물인도청구까지 한 상태였다” 면서 “이런 상황에서 근저당권 설정까지 해 놓지 않으면 건물을 물론, 보증금 150억원까지 날릴 위험이 있었다” 고 반박했다.
또한 “쇼핑센터 측은 지속적으로 뉴코아의 영업을 방해해왔다” 면서 “창고를 못 쓰게 막아버린다던가, 엘리베이터의 전원을 갑자기 차단시켜 그 안에서 사람이 1시간 가량을 갇혀있게 만들기도 했다” 고 비난했다.
더욱이 이 관계자는 “쇼핑센터의 이런 수법에 당한 임차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 면서 “매번 계약할 때는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준다며 계약을 체결해 놓고 나중에는 용역체까지 동원해 교묘한 방법으로 영업을 방해 해 왔다” 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사실 쇼핑센터는 오랫동안 별 볼일 없는 역사였다”면서 “이곳에 뉴코아가 들어온다고 하니 오히려 주변 상인들이 ‘이제는 장사가 좀 될 것이다’ 며 반겼다“ 고 덧붙였다.
철도공사 ‘역사는 괜찮을 것, 만약 대비해 법정 대응 준비’
한편 공유지분권자인 철도공사 역시 근저당권 말소와 관련해 별도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철도공사 민자역사 운영팀의 한 관계자는 “역무시설과 상업시설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경매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역사 전체가 넘어갈 위험성은 크지 않다” 면서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쇼핑센터 측 입장과 동일하게 근저당권 말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철도공사가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쇼핑센터 측의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재산권 문제인데 소극적일 리가 있겠냐”라며 “이랜드에 대한 우리의 입장 역시 쇼핑센터 측과 다르지 않다” 고 말했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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