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 특별기획 ① 산업성장 막는 ‘빛좋은 개살구’ 규제] 현장 무시한 규제법안…유명무실 전락

셧다운, 배출권 거래제,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현실 고려 없는 규제로 기업 경영 부담만 가중

2017-01-25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규제 개혁은 현 정부가 역점을 걸고 추진하는 개혁 중 하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기업투자를 가로 막는 규제를 ‘손톱 밑 가시’로 규정하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개혁 속도는 더디다.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매일일보>는 우리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빛좋은 개살구’ 규제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싣는순서>

①현장 무시한 규제법안…유명무실 전락
②피터팬증후군 키우는 규제…성장 사다리 위태
③손톱 밑 가시 여전…엑소더스 부추긴다
④“경제 살리자”더니…지원법 통과 함흥차사

산업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로 인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투자환경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체감현실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오히려 개혁보다는 투자를 가로막는 새로운 규제가 생겨나며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지난해 1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으나, 1년여가 흐른 지금 누적거래량이 총 할당량의 1%도 안돼 유명무실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유통된 거래량 110만6038t로 지난해 전체 할당량인 5억4300만t의 0.2%에 불과하다.외부사업 인증실적 333만7199t을 합치더라도 총 444만3237t으로, 전체 할당량의 1%도 안되는 0.8%에 머무르고 있다.해당 법안은 시행초기부터 산업계의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제도다. 배출권 할당량이 시행 시기보다 더 앞선 2011~2013을 기준으로 정해져 산업현장의 신·증설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제도 시행이 강행됐기 때문이다.실제 정부는 2017년까지 예정한 1차 계획기간 동안 525개 대상 업체에 기업들의 신청량인 20억2100만t보다 4억t이나 부족한 15억9800만t을 배정해 반발을 산 바 있다.이와 관련 일부 산업군에서는 환경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현재 관련 법정공방이 진행 중에 있다.산업계가 해당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자는 것은 글로벌 추세인만큼 제도 시행의 목적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온실가스 감축기술에 경쟁우위가 있는 EU를 기준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 보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현실에 맞게 과소할당된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역시 대표적인 유명무실 법안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2년 4월부터 지자체와의 협의아래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을 시행해왔다.하지만 현재 지역 상권 활성화가 당초 기대치만큼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으로 오히려 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최근 안승호 한국유통학회장은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기념세미나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한 소비 감소는 분기별 경제성장률이 전기보다 2% 이상 하락한 메르스사태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라며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소비자들은 아예 소비를 포기하게 됐고, 이로인한 순 소비 감소액은 연간 2조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이런 가운데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형마트가 휴업을해도 온라인·모바일 쇼핑, 홈쇼핑 등을 통한 소비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만큼 실질적인 전통상권 활성화 효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업계에서는 산업 성격이나 현장의 현실성을 반영한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업계의 셧다운 제도의 완화이다.앞서 게임 산업을 가로막는다는 비판 속에서도 청소년의 건강보호를 이유로 2013년 시행된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시행 1여년만인 지난 2014년 부모가 원할 경우 해제할 수 있게 예외를 두도록 완화됐다.한발 더 나아가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방식의 전환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령에 열거된 사항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보다는 원칙허용과 예외금지의 범위를 확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새로운 분야를 수용해야한다는 것.이와 관련 현정부는 기업활동 규제의 45%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거나 네거티브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바 있으나, 2014년 이후 추진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이와 관련 전경련은 “규제방식 전환을 위한 원칙과 기준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요건충족을 전제한 인허가와 사후 제재수단이 확보된 규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도 규제목적이 훼손되지 않는 규제 등은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