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 압수수색으로 맘 졸이는 대부업체
당사자보단 주변이 더 ‘시끌’
2010-05-02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대형 대부업체와 관계를 맺은 업체일각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대부업체 1위로 알려진 러시앤캐시가 최근 횡령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음에 따라, 다른 대부업체도 줄줄이 조사를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 여기에 러시앤캐시에 돈을 빌린 고객들과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사이에서도 조기회수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덩달아 금융당국도 러시앤캐시 압수수색을 계기로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을 한층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저축은행 규모의 대형 대부업체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 혐의가 뒤늦게 밝혀질 정도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동의 주인공인 러시앤캐시는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은 물론, 웬만한 조사엔 꿈쩍도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러시앤캐시 압수수색이 당사자보다 주변을 더 시끄럽게 만든 이유를 취재해봤다.
대부업체 1위인 러시앤캐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3부는 지난 4월28일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에 대해 대부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혐의를 포착,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러시앤캐시의 대부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포착하고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업무자료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 회사가 다른 업체를 인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횡령이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러시앤캐시 600여억원 횡령혐의로 압수수색, 담담한 모습
타 대부업체들만 맘 졸여, 대부업체 제어하기 위한 선방?
러시앤캐시에 묶인 저축은행 저울질, 대부고객 불안감 업
경영상태 검사 못하는 등 실질적 대부업체 관리감독 부실
웬만하면 꿈쩍 안 해?
러시앤캐쉬는 일본계 대부업체로 풍부한 자금력과 금융권으로부터 저금리의 조달자금을 받아 은행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에게 최고 49%의 이자율을 부과하며 국내 진출 이후 해마다 상당한 이윤을 챙겨왔다. 자산규모 1조2953억원에 지난해 수익만 1194억원에 이르는 대형 대부업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찰은 러시앤캐시의 대표인 최모 회장이 지난해 6월 대부업체 미즈사랑과 지난해 11월 여신전문 금융업체 한국IB금융을 각각 160여억원과 700여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600억원(미즈사랑 40억, 한국IB금융 560억) 가량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을 결정했다.검찰은 지난 4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러시앤캐시 본사와 관계회사 사무실로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상태다. 이어 지난 4월29일에는 최회장을 출국 금지시켰다. 검찰은 압수물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인수과정에 참여했던 회사관계자들을 소환해 인수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그러나 러시앤캐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이후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에 대한 의지와 함께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했다”며 “검찰조사를 통해 모든 혐의내용이 명백하게 해명되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일각에선 두 업체의 인수자금으로 600억원을 횡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IB금융 인수 과정만해도 인수자금 모집과 집행은 러시앤캐시가 직접하지 않았고 대행사를 거쳤다는 주장이다. 또 단독 인수가 아니라 신한캐피탈이 지분 20%, 사모펀드·개인투자자가 10%를 참여했기 때문에 러시앤캐시 혼자서 6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빼돌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체 이미지 때문인지 소문이나 제보만으로도 압수수색을 나오는 경우가 있어 수색을 당하는 업체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정도”라며 “검찰이 횡령에 대한 물증을 확보했다기보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전 대부업체로 뻗쳐?
때문에 대부업체에선 검찰의 이번 수사가 러시앤캐시라는 한 업체를 겨냥했다기 보다는 일본계가 장악하고 있는 대형 대부업체를 제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기에 대부업체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아닌 게 아니라 최근 러시앤캐시를 비롯해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가 연 49%의 고금리 대출로 연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업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친서민정책을 내세우던 정부 역시 대부업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49%에서 44%로 낮췄다.대형 대부업체의 감독권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금융위로 이관했을 뿐 아니라, 상호금융회사의 보증부 대출을 활성화해 대부업체에 쏠린 대출 수요를 줄이기로 하는 등 대부업체의 영업환경을 조이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중소형 대부업체만 타격을 줄 뿐 대형 대부업체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오히려 반사이익을 거두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 것도 오히려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인정받으면서 그동안 대부업체라서 할 수 없었던 저축은행 인수, 상장 등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돼 오히려 논란이 일었다.그런데 이러한 시점에서 러시앤캐시가 인수과정에서의 횡령혐의로 수사를 받게 돼 업체일각뿐 아니라 시민들이 적잖은 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대부업체들은 러시앤캐시에 대한 수사가 업체 전체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검찰이 러시앤캐시의 횡령혐의와 함께 불법대출 문제도 들여다보겠다고 한 만큼 횡령에 대한 증거를 잡지 못한다면 불법대출 문제에 대해 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러시앤캐시 뿐 아니라 전 대부업체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털어놨다.은행·고객 덩달아 ‘덜덜’?
사실 러시앤캐시의 압수수색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는 것은 대부업체들뿐만이 아니다. 저축은행업체 역시 잔뜩 긴장하고 있다. 러시앤캐시에 묶인 저축은행들의 여신규모가 상당해 검찰의 수사 과정과 여신 조기 회수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체에 따르면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35대 저축은행으로부터 모두 995억8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개별로는 S저축은행 162억원, M저축은행, 66억원, S저축은행 57억원, S저축은행 50억원 등이다. 때문에 몇몇 저축은행들은 검찰의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들썩이고 있다. 일단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사안이 심각할 경우 여신의 조기 회수에 나설 예정인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거나 연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조기회수를 실시할 근거는 없다”면서도 “수사결과에 따라 회사 신용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담보로 잡았던 우량 대출채권을 넘겨받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 러시앤캐시에 대한 수사로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이 업체에서 돈을 빌려 쓴 개인 고객들이 당장 회수 압력에 시달릴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러시앤캐시 압수수색을 계기로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을 한층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현재 대부업체 관리감독은 해당 지차체가 맡고 있지만, 지자체는 금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한 금융업무에 대해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직권 검사를 할 수 있는 금융감독 당국도 금리 상한선을 넘어선 대출이나 광고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검사만 할 뿐 일상적인 경영상태에 대해서는 검사를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도 알게 모르게 폐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대부업법에서 정한 불법행위 밖에 볼 수 없다. 금리를 49%보다 높여서받았는지 채권추심과정에서 불법과정이 있었는지 그런 과정만 볼 수 있다”며 “자산건전성이라든가 자금 모집이나 그런 것은 조금 애매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저축은행 규모의 대형 대부업체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횡령 혐의를 뒤늦게 밝혀낸 관리감독 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대부업체들을 철저하게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섣불리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지난 4월30일 현재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마쳐져야 구체적인 윤곽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러시앤캐시는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추진 중인 예쓰저축은행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으나, 이번 사태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