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상흑자 첫 1000억불 돌파…“긍정적이진 않아”
46개월째 측자행진…수출보다 수입 더 감소 ‘불황형 흑자’ 논란
2017-02-01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지난 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경상흑자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경상수지 흑자는 1059억6000만 달러로 2014년(843억7000만달러)보다 25.6% 늘며 1980년 한은의 통계 편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전년도인 2014년 843억7000만 달러보다 215억9000만 달러(25.6%)나 늘었고 연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그러나 그 내용과 배경을 살펴보면 활발한 투자와 제조로 수출이 늘어서 생긴 흑자가 아니라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감소해 생긴 결과라는 점이 드러난다.요즘 같은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상황에선 경상수지 흑자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수출보다 수입의 감소폭이 커 잇따른 부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여행 수지 등 서비스 수지까지 적자폭이 커진데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서는 등 긍정적이지 않은 지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특히 유가 급락에 수입 감소로 생긴 흑자라는 점이 지적된다.수입 감소는 유가 하락으로 수입 금액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수입 물량 증가율도 전년대비 하락해 세계 교역 감소에 따른 투자와 생산 부진을 보여줬다.작년 수입물량은 전년대비 3.3% 증가했는데 이는 2014년 증가율 4.6%보다 1.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수출 물량 증가율도 2014년 4.3%에서 작년 2.5%로 둔화됐고 수입물량 증가율보다 낮았다.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통관기준)도 작년 같은 달보다 18.5%나 줄어 2009년 8월(-20.9%) 이후 6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이같은 상품 수지뿐 아니라 서비스 수지, 여행수지, 건설수지 등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작년 서비스 수지는 157억1000만 달러 적자를 냈는데 이는 2014년의 적자규모 36억8000만 달러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메르스 사태 타격에다 해외 여행 증가로 인해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2014년(53억6000만 달러)의 2배 수준인 96억7000만 달러로 늘었다.국제 교역 감소와 경기 부진으로 해운 업황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운송 수지 흑자는 2014년(61억9000만 달러)의 절반(30억2000만달러)으로 줄었다.건설수지도 2014년 152억9000만 달러 흑자에서 104억9000만 달러 흑자로 감소했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상수지 흑자의 배경에 대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었고 메르스 사태와 해외여행 증가로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졌으며 건설과 운송 등도 부진했다”고 말했다.이러한 원인과 배경 때문에 작년 경상수지 흑자가 ‘불황형 흑자’라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그렇지만 한은은 경기회복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현재의 경상수지 상황을 ‘불황형’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전 국장은 “수입 감소의 1차 요인이 유가이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로 설명하기엔 적절하지 않으며 정확한 표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수출이 188억 달러 줄고 수입이 544억 달러 감소했다.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356억 달러를 제외하면 작년 경상수지 흑자는 703억 달러이고 이는 2014년의 경상수지 흑자 844억 달러보다 143억 달러 줄어든 것이다.최근 경기 상황에서 수입의 큰 폭 감소는 결국 투자와 생산부진의 결과로 이는 곧 수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가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더불어 수출입 물량이 증가세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가격이 내려가면 수입물량이 더 많이 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물량이 늘었다는 한 측면만 보고 안도할 수만은 없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00억 달러의 경상흑자는 대단한 규모이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시기에 가장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도 세계경제 둔화로 유효수요가 줄면서 교역감소, 수출국의 투자·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흐름에 묶여 있으므로 불황형 흑자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