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체감 경기 여전히 '싸늘'... 맞벌이로도 살기 힘들어
세금 증가에 연금, 물가상승까지 서민들 허리 '휘청'
2007-06-02 이재필 기자
그러나 실제로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싸늘하기 그지없다. 세금, 연금 등의 높은 인상과 물가 상승은 늘어난 봉급을 느낄 수 없게 하고 많은 근로자들은 맞벌이로도 먹고살기 힘든 지경이다.
한 가정에서 부부 모두가 벌이를 해도 시원찮은 이 상황. 인천에서 부인과 같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 정 모씨는 통계청의 발표를 이해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씨는 인천의 한 중소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그의 아내는 인천의 만수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얼핏 보면 살림살이에 지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 씨의 상황은 보이는 것과 달랐다.
정 씨는 “요즘 회사가 많이 힘들어요. 봉급이 밀리는 것은 예사고 밀린 봉급을 주는 것도 월급의 절반 수준인 백 만원도 채 안 돼요”라며 “이런 상황에 세금이 올라 더 살기 힘들어 졌어요. 요즘은 대기업이 아닌 이상에는 다들 먹고 살기 힘듭니다”라고 전했다.
정 씨의 힘든 상황에 아내 조 모씨는 도움이 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조 씨 역시 장사가 잘 되지 않아 다달이 내는 가게 세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녀는 “요즘 할인카드가 사용 가능한 대형 체인 빵집으로 사람들이 거의 몰려요. 할인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우리 같은 소형 빵가게는 소비자의 외면에 매출이 줄고 있어요”라며 “한 달 번 돈으로 가게세 내기에도 벅찬 상황이에요. 적자를 면치 못하는 달도 많아요.
남편의 벌이도 시원찮은데... 요즘 죽을 맛이에요”라고 맞벌이로도 살림살이를 지탱하기 어려움을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권 모씨 부부 역시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권 씨 부부는 여의도에서 찜질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여타 찜질방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나날이 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권 씨는 “처음에는 모텔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헐값에 팔아 버리고 2001년 당시 유행하던 찜질방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죠”라며 “처음 6개월은 장사가 꽤 되더군요. 그러나 찜질방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죠. 결국 손님들이 점점 줄어들더니 지금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네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우리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불법인 것을 알지만 술도 판매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경쟁 업체의 신고로 인해 벌금만 물었습니다”라며 “오죽하면 불법인걸 알면서도 그랬겠습니까. 요즘 사정이 이래요”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박 모씨 역시 느끼는 체감 경기는 냉랭하기 그지없다. 그는 “요즘 경기가 나아졌다고 하는데 손님들이 돈을 풀지 않는데 도대체 뭘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없는 손님에 그마저도 손님들이 요금을 깎습니다. 얼마되지도 않는 요금인데 말이죠. 그걸 또 안 깎아주면 다시는 안 쓴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깎아 줍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애들 학원비에 식비에. 에휴 말도 못합니다”라고 통계청의 발표와는 다르게 체감경기가 여전히 바닥을 달리고 있음을 설명했다.
싸늘한 체감 경기. 학생들 공무원으로 몰려
이처럼 생활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지금. 서민들이 한숨 섞인 목소리와 함께 어떡하면 돈을 아껴 볼까 궁리하고 있는 지금. 높은 세금과 경기침체로 인해 일반 직장으로는 삶이 힘들다고 생각한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재능은 고려치 않고 공무원을 선호하고 있어 문제가 제기 되고 있다.
서울의 모 공과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차 모씨. 차 씨는 지금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에 있다. 차 씨가 공무원을 준비 중인 이유는 안정적인 평생직장과 봉급이었다.
그는 “공무원이 되면 다른 일반 기업들과 달리 봉급 걱정, 짤릴 걱정 할 필요가 없잖아요. 알아서 승진시켜주고 알아서 봉급 주는데 그만한 직업이 어디있겠어요”라며 “지금 우리 과에서만 한 60%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전공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게 또 공무원의 장점 아니겠어요”라고 많은 대학생들이 공무원을 선호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4년째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김 모양 역시 공무원만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 양은 “요즘 경기가 안 좋은 거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취업도 어렵다는 거 알아요. 저도 몇 번 낙방했거든요”라며 “그때 생각한 게 공무원이었어요. 안정적인 보수에 안정적인 직장. 이만한 직업은 없죠”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 1순위가 공무원이 된 것 아니겠어요.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안보이니 그 누가 안정적인 이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않겠어요”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체감경기로 인해 소비자들의 위축 심리와 함께 공무원으로 몰리는 인력의 편중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서울의 한 인력기관 관계자는 “냉랭한 체감경기로 많은 젊은이들이 안정적으로 노후까지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많이 몰리고 있다”며 “이는 자신의 재능을 전혀 생각지 않은 일방적인 지원으로 국가 인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나아진다 나아진다’ 말로만 들릴 뿐 서민들에게 몸으로 와 닿지 않는 체감 경기. 이는 서민들의 가게를 흔들 뿐 아니라 국가의 인재상 마저도 흔들고 있다. 냉랭한 서민 경기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생기고 있는 지금. 이제는 정말 몸에 와 닿을 만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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