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선 빨간불' 한은 기준금리 방향에 주목
기준금리 내려야…가계부채·외인 자금 이탈 우려
2017-02-01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우리나라 수출전선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초로 연간 1000억 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양호했지만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상품교역 부문에서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서 달성한 기록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해 수출은 5489억3000만 달러로 2014년(6130억2000만 달러)보다 10.5% 감소한 반면에 수입은 4285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18.2%나 감소했다.수출 감소는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세계적인 교역 위축과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적 악재가 겹친 데다가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업종이 부진한 탓이다.이런 가운데 1월 수출(통관기준) 실적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5%가 감소해 새해 초부터 수출 전선에 한층 강도가 센 경고등이 들어왔다.연초부터 중국 경기 둔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기 위축 등 우리나라 경제를 둘러싸고 있던 악재들이 고스란히 수출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이는 한은이 지난해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 수준으로 낮췄음에도 수출 부문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다른 악재 요인으로 인해 별로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우리나라 수출이 좋지 않은 것은 세계 경기가 나쁜 점이 워낙 크게 작용했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출 촉진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 아닐수 없다. 그럼에도 수출 악화가 이어지면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최근 자국의 내수를 끌어올리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돈 풀기 방식으로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에 본격 돌입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일본은행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난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99.1원으로 전일보다 9.4원 떨어졌다.같은 날 오후 3시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4.41원으로 하루 사이에 20.84원이나 급락했다. 원화 가치는 오르고 엔화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중국도 경기둔화에 대응하려고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더 내려 원화 가치를 낮춰 줌으로써 수출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금리를 통해 (원/달러) 환율을 올리는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지만 앞으로 내수와 수출이 동반하락하고 성장률이 떨어지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내리면 1200조 원대로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가 한층 심각해질 수 있으며 외국인 자금의 이탈 기폭제가 될 수 있어 한은은 우려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는 경기, 물가, 수출 등 거시적 측면뿐만 아니라 금융안정 등 여러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지난달까지 7개월째 연 1.5%로 묶어 놓은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