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란 '원화 계좌' 유지…유로화 등 결제다변화 추진
우리측 대표단 이란 중앙은행과 논의…미 재무부 동의 필요
2017-02-02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우리나라와 이란 간의 원화 결제 계좌가 유지된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일 “원화 결제 시스템 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이란 측과 공유했다”며 “기존 원화 계좌가 계속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금융 제재에서 최근 벗어난 이란과의 교역에서 결제 수단 변경 문제 등이 현안으로 떠오른 뒤 우리 측 대표단은 지난 31일(현지시간) 이란 중앙은행을 찾아가 논의했다. 대표단은 기재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와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를 운용하는 기업은행·우리은행 관계자들로 구성됐다. 원화 계좌는 우리 정부가 지난 2010년 9월부터 서방의 대(對)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만든 일종의 우회 결제 통로다. 달러화 결제 방식의 무역거래가 어렵게 돼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원화 계좌를 만든 뒤 이 계좌를 활용해 양국 간의 교역대금을 결제해왔다.일례로 한국 정유사가 이란에서 수입한 원유 대금을 원화로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입금하면, 이란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로 바꿔 대금을 내준다.반대로 한국 기업은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에 쌓인 원화로 대(對)이란 수출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우리 기업이 이란에 수입한 원유 대금이 수출한 대금보다 훨씬 많아 계좌에 현재 3조 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란은 미국의 법령에 따른 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달러화 거래는 여전히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유로화, 위안화, 엔화 등 다른 통화로 결제 시스템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이란이 기존 원화 계좌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당장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원화는 달러화하고만 직거래가 되기 때문에 이란이 원화를 받아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으로 바꾸려면 매개 통화로 달러화가 필요하다. 또 기존 원화 계좌를 이용하지 않고 이란과 거래하면 ‘달러화 거래 금지’라는 미국의 제재를 어기게 되는 문제가 있다. 방문단은 이번 협상에서 유로화를 활용하는 대체 결제 시스템 구축 문제를 함께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정부는 이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럽과 거래가 많은 이란이 유로화 결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유로화 결제 시스템 구축 방안을 계속해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