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맥주 끝없는 추락.. M&A 설까지 '전전긍긍'

OB, 창사 이래 최저 점유율..하이트와 '엇갈린 명암'

2007-06-02     권민경 기자
<오비 '점유율 하락 일시적, M&A 근거 없는 악성 루머' 반박>
<전문가들 '오비, 노후화 된 이미지, 느슨한 대응력' 문제 지적>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오비와 하이트. 맥주 시장의 양강 구도가 하이트의 완전한 독주체제로 기울고 있다.

한국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전체 맥주시장 점유율은 하이트가 61.6%, 오비가 38.3%을 나타냈다.

하이트는 13년 만에 처음으로 점유율 60%를 넘은 데 반해 오비맥주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대로 추락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

특히 오비의 오리지널 브랜드인 OB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점유율 12.8%을 기록했고, 주력 브랜드인 카스 역시 25.6%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판매량이 급락하면서 OB를 생산해온 오비맥주 광주공장 가동률 역시 30% 안팎으로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오비의 구조조정설, 광주공장 매각설, M&A 설 등 각종 악성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맥주회사 (주)타이거맥주가 오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까지 무성한 상황.

한편 전문가들은 오비의 이런 시장점유율 하락에 대해 '노후화한 브랜드 이미지'와 '느슨해진 조직 대응력'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때 시장점유율 80%까지 노리며 맥주시장을 평정했던 오비. 과연 오비의 신화가 이대로 거품 빠지듯 사라져 버릴 것인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지 노후화, 젊은층에 어필 못해

오비맥주의 한 관계자는 오비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한 것과 관련해 "시장점유율 하락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며 "이는 주류 도매상에 대한 밀어내기 자제 방침에 따라 재고 정리를 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출고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비의 점유율 하락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오비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대표 브랜드인 OB의 노후한 이미지를 꼽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맥주의 주 소비층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계층이다.

또한 최근에는 여성들이 주요 소비자로 등장하면서 맥주시장은 점점 더 젊고 활기차며 '깨끗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하이트'가 '깨끗한 맥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도 이런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에 OB는 요즘 젊은 소비자들에게 '나이 들어 보이는',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각인되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더욱이 과거 오비가 '맥주의 대명사' 이던 시절, 이를 즐겨 찾던 사람들은 이미 '소주 세대' 로 변해버렸다.

결국 과거 소비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젊은 고객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 시장에서 오비의 입지를 점점 좁아지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오비의 점유율 하락에는 회사의 양대 브랜드인 OB와 카스 가운데 특히 OB 브랜드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OB 점유율은 지난해 말 16.1%에서 4월 말 12.4%로 하락, 이대로 가다가는 10%대 아래로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OB는 여전히 '복고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냥 친구니까' 라는 OB 의 광고 컨셉 또한 전성기 시절 오비의 '친구가 좋다. OB가 좋다'라는 광고 문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복고 전략은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초기 대응 실패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

한편 전문가들은 오비의 아성이 무너진 이유로 하이트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를 지적하기도 했다.

즉 오랫동안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며 조직의 대응력이 떨어졌고 때문에 하이트가 출시됐을 때 발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

지난 1993년 당시 OB(동양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70%를 웃돌았고, 오비와 힘겨운 경쟁을 하던 크라운맥주(조선맥주)는 점유율 20%대를 면치 못하며 OB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93년 5월 조선 맥주에서 하이트가 출시되면서 맥주시장의 지각변동은 서서히 시작됐다.

불과 3년 만에 하이트는 '깨끗함'을 강조한 제품 개발과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절대강자 오비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맥주 브랜드 1위 자리를 빼앗았다.

힌편 오비는 1998년 세계 맥주시장의 16%를 차지하는 글로벌 맥주기업 인터브루로 매각됐다. (인터브루는 이후 '인베브'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이트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카스도 인터브루가 인수했다.

현재 오비는 제조회사 이름이고, OB와 카스를 주력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등을 업은 오비도 하이트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이트는 96년 맥주 시장 1위로 올라서며 이후 10여 년 동안 점유율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놓지 않고 신화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

그에 반해 80%까지 넘보던 오비의 시장점유율은 하이트 출시 이후 3년 동안 매년 10% 이상 뚝뚝 떨어졌고 이후에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트가 처음 출시될 당시 오비는 '별 거 아니다'는 안이한 대응을 보였다" 면서 "이후 하이트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자 허둥지둥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대응전략을 모색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고 설명했다.

M&A 설까지, 잇따른 악재에 '울상'

이처럼 오비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하락하고 하이트와의 경쟁에서 격차가 벌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오비의 M&A 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그 소문의 중심에 있는 타이거맥주의 경우 오비 광주 공장을 인수한 뒤 이를 동북아 맥주시장의 생산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비 측에서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난다" 면서 "전혀 근거가 없는 악성 루머"라고 일축했다.

오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수출 물량의 56%를 광주공장이 맡고 있다"며 "M&A 또는 일부 공장을 매각할 만큼 회사 상황이 어렵지도 않고, 재무 건전성 부분에서는 경쟁사보다 오히려 나은 상태이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10년 간 페놀사건, 오비의 독주에 대한 도매상들의 불만, 신제품의 시장정착 실패, 하이트-진로 합병 등 갖가지 우연과 필연의 결과로 경쟁에서 밀려왔다" 면서 "당장에 시장위치를 바꾸겠다는 생각보다는 차근차근 점유율을 회복해 나갈 계획이다" 고 말했다.

이어 "맥주시장은 3/4 분기가 결정적"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월드컵 특수 등을 활용해 매출을 올리고 점유율을 상승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young@sisaseoul.com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