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 대상 직원, 대부분 희망퇴직 선택

지난해 농협·KEB하나 임피제 대상 526명 중 1명만 남아

2017-02-11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주요 시중은행에서 임금피크제(임피제) 대상 직원들의 대부분이 희망퇴직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11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KEB하나·신한은행에서 50대 중반 무렵부터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행원 가운데 잔류하는 사람은 미미했다.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의 잔류 확률이 가장 낮다. 지난해 임금피크제 대상인원 290명 전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KEB하나은행도 지난해 236명의 임금피크제 대상 인원 가운데 1명만 잔류했다.지난해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신한은행에서도 ‘임금피크제 적용 = 퇴사’ 공식이 거의 지켜지고 있다.신한은행은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대상 중 성과우수자는 임금 삭감을 면제해줘 다른 은행의 임금피크제와는 차이가 있다.관리자급 이상에게 적용되는 차등형 임금피크제 대상인원 140명 가운데 50명은 성적우수자로 분류돼 직전 임금을 그대로 받았으며 나머지 90명은 모두 퇴직을 선택했다.이중 70명이 퇴직 후에 시간제 계약직인 관리 전담직으로 일하지만 임금이 삭감되는 관리자급은 전원 퇴사한 셈이다.관리자급 미만에 적용되는 일반임금피크제 대상 인원 50명 가운데는 30명이 떠났다.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비교적 희망퇴직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임금피크제 대상 인원 700명 가운데 170명 정도(약 24%)만 희망퇴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대상자 약 1000 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470여 명이 희망퇴직을 택했다.2005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상자 약 400명 중 60%인 240명이 떠났다.임금피크제 해당 연령의 은행원들이 대부분 퇴사를 선택하는 것은 금전적인 이유에서 회사에 남을 만한 유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임금피크제의 본질적인 목적인 고용연장을 보장하려면 임금 삭감률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은행권 관계자는 “임금피크제가 본래의 목적을 유지하려면 임금 삭감폭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가 퇴직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금융노조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고용안정 수단의 하나로 금융권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나 이제는 고용 안정이 아니라 퇴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여기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고 임금 삭감까지 추진되면 일자리의 질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