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수신액 대폭 증가…한은 통계집계 후 최대

106조원↑…투자처 못찾은 단기대기자금 영향

2017-02-14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에 예금과 은행채로 유입된 자금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월 말 현재 은행의 전체 수신 잔액은 1391조원으로 1년새 106조7000억원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최근 5년간 은행의 수신 증가액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58조9000억원, 2012년 37조원, 2013년 4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은행 간 거래와 중앙정부, 비거주자 예금을 제외한 수치다.  또 2014년 말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의 합병 등 기관 간 합병 및 분사에 따른 은행채 편입 효과를 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은행의 수신액 급증에 대해 “수시입출식예금과 실세요구불예금이 저금리 기조 하에서 단기대기성 자금의 대거 유입으로 크게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예금주가 요구하면 은행이 즉시 지급해야 하는 실세요구불예금은 지난 12월 말 현재 141조5000억원으로 1년 사이 33조3000억원 늘었다.  저축성예금 중 기업자유예금 등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난해 58조7000억원 늘어 전년 38조원에서 크게 확대됐다.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증권(RP) 등 단기시장성 수신은 지난 2014년에는 7조9000억원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10조2000억원 늘면서 증가세로 전환됐다.  반면 일정기간 은행에 돈을 맡기는 정기예금 수신은 지난해 말 잔액이 549조원으로 1년 사이 8조2000억원 감소했다.이처럼 정기예금 수요가 약화되고 요구불예금 등 단기성 대기자금이 늘어난 것은 가계와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연 1.5%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에 따른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단기성 대기자금의 증가로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풀어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보통 금융 상황이 나쁜 시기에는 불확실성 증가로 개인의 현금 보유량과 단기성 대기자금이 늘어난다”며 “본원통화가 시중에서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민간소비와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