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해지는 ‘업체 맘대로?’
통신서비스 해지 관련 피해 주의보
2007-06-09 한종해 기자
대구에 사는 박모씨는 이동전화 해지를 신청했으나 ‘우리 대리점에서 가입한 게 아니라서 해지가 불가능하다는’이유로 거부당했다. 대리점직원은 “가입한 대리점에서만 해지 처리가 가능하다”며 “해지하려면 그 곳에 가서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가입한 대리점에 갈 시간이 없어서 이동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해지를 못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씨는 전화로 초고속인터넷 해지 신청을 한 뒤 상담원의 요구에 따라 신분증 사본을 팩스로 보내줬다. 신분증 사본을 보고 가입자 본인이라는 게 확인되면 신청한대로 해지 처리하고 결과를 통보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해지가 안된 채 요금이 계속 청구되고 있다.
충남 천안에 살고 있는 안씨는 2002년 4월 KT 메가패스라이트를 3년 약정으로 계약했다. 약정기간이 8개월 지난 2006년 1월 4일 해지하려고 전화하니 상담원이 기분 나쁜 말투로 해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며 죄인 취급을 했다. 약정기간이 끝나 해지하는 것인데도 이런 저런 핑계만 대며 해 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어 KT지사(충남 천안시 불당동)로 찾아가 해지 요청하니 모뎀을 직접 가져와 반납하라며 가입할 때와 달리 무척 불친절했다.
대전연맹은 해당 KT지사에 연락하여 약정기간이 끝났는데도 고의로 해지를 지연시키고 소비자에게 모뎀수거를 요청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한 것에 대해 시정 요구했고 소비자는 연맹에 불만 접수한 당일 KT지사 책임자의 사과를 받았다.
통신위원회에 신고된 해지 관련 이용자 피해사례 가운데 일부다. 고객들에게 “가입은 맘대로 했으나 해지는 당신 맘대로 못한다”고 협박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통신위가 이용자 미원을 분석한 결과, 통신업체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들의 해지를 제한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례는 2004년 636건에서 지난해에는 11월까지 집계된 것만도 891건에 이른다.
정보통신부에 신고된 통신서비스 이용약관을 보면, 통신업체들은 가입 신청을 받고 있는 지점 및 대리점 모두에서 해지 신청을 받고 또 처리해줘야 한다. 또 의무사용기간을 빌미로 해지를 지연할 수 없으며, 이용자가 직접 방문한 경우는 물론이고 전화나 팩스, 우편으로 해지 신청을 해도 처리해 줘야 한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이 1~3년 이상 사용하겠다고 약속해 요금을 할인받다가 이사 때문에 해지하는 경우, 이사를 간 곳이 해당 업체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지할 때는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우에도 위약금을 요구하며 해지를 미루는 것은 요금 부당 청구 행위에 해당한다.
또 전화로 해지 신청을 하는 경우 통화한 알짜와 시간, 상담원 이름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으며 간혼 FAX로 보낸 신분증 사본을 받지 못했다며 업체에서 해지를 누락시키는 사례가 있으므로 반드시 FAX수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이용요금이 통장에서 자동 이체되거나 신용카드로 결제 되었던 경우 해지신청이 누락되는 바람에 이용하지도 않은 요금이 수개월간 계속 인출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해지신청 후 정산되는 요금은 지로로 청구하도록 요청하고 통장이나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통신시장의 포화로 신규 가입자 유치가 힘들어지자, 가입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가입자를 붙잡아야 하는 통신업체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럼 막무가내식 행태를 보이는 것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 오죽 심하게 했으면, 통신위가 이용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피해를 당했을 때는 통신위(국번없이 1335번)에 신고하라는 민원예보까지 발령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