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표심관리 나선 한나라당 ‘하이틴 부대변인’ 제도 만든 내막

“젊은 표심 잡아야 대통령 당선 된다” 선거, 공모, 서포터즈, 로고송 등 대학생들 참여

2006-06-09     김명은 기자
<정병국 의원, “개혁을 빙자한 일방적 정책에 국민들이 염증을 일으킨 것”>
<하이틴 부대변인, “젊은층이 반드시 진보, 좌파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일보=김명은 기자]5·31일 지방선거에서 20대 젊은이들(첫 투표권 가진 19세 포함)의 50%가까이가 한나라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젊은층으로부터 큰 지지를 얻지 못했던 보수성향의 한나라당이 이런 결과를 얻은데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한나라당이 젊은층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 원인에는 무엇보다 그동안 홍보에 소홀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가 최초로 ‘하이틴 부대변인’제도를 도입하는 등 젊은층을 겨냥, 다양한 홍보 전략을 꾀했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

그 가운데 특히 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의 경우, 앞으로 이러한 제도를 더욱 확고히 추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했던 젊은층의 지지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6월 1일 (주)동서리서치가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제주 제외)를 대상으로 한 연령대별 정당지지도 조사(표본오차:95%신뢰수준에 ±3.1%P)에서 한나라당은 19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층으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46.3%)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열린우리당 19.5%, 민주노동당 7.9%, 민주당 31.% 순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젊은층으로부터 이와 같은 지지를 얻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20대로부터 받은 지지율은 30대(43.3%)와 40대(44.5%)로부터 받은 것보다 높은 수치여서 더욱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위해 갖가지 선거 전략을 내놓았다.

다음, 네이버 등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를 비롯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대규모 인터넷 광고를 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이틴 부대변인’을 임명하고 청년실업 해결 등 젊은층의 요구사항을 듣기 위한 창구도 마련했다.

양당이 동일한 경쟁을 벌였지만 한나라당이 전체 선거뿐 아니라 젊은층 표심 잡기에서도 여당에게 한판승을 거뒀다.

젊은층으로부터 유래없는 높은 지지율을 거머쥔 한나라당은 이번을 기회로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이번에 처음 도입한 ‘하이틴 부대변인’제도를 계속 유지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이 제도에 대해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의원은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선거권 연령이 낮춰졌고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층의 정치 참여율을 높이고자 했다”며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그 세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색다른 시스템 도입이 필요했다”며 “제도 도입 초기단계라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으나 발상이 신선해서인지 언론과 대학생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정당지지도가 변화하고 있는 근본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정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개혁을 빙자한 일방적 정책에 국민들이 염증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여당으로부터 이반된 표가 왜 한나라당으로 왔냐?’고 물을 수 있겠는데...그것은 한나라당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당에 비해 꾸준히 변화의 노력을 해왔다는 데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성추행 사건이 있을 때 당이 먼저 나서 출당조치 등 자정노력을 했고 당내 혁신위를 구성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선거 과정에서 선거유니폼을 대학생을 상대로 한 공모를 통해 결정했고 대학생 서포터즈 모집과 로고송 제작에 대학생을 참여시키는 등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고자하는 노력을 보인 것이 어필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앞으로 대학등록금을 반액으로 줄이는 공약을 ‘하이틴 부대변인’을 통해 발표할 것이고 직접 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전 의원은 한국 젊은이들이 이념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그렇다”며“이제 이념정당의 시대에서 캠페인 정당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즉 국민들은 실용주의 정당을 더 찾게 될 것이며 실리를 얻고자 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한 광고에서 한국인들은 불만이 많아서 아이디어가 많고 불가능도 이루어 낸다는 광고 카피를 보았습니다. 불만이 역으로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번 선거는 그 의미가 실현된 선거일 것입니다".

한나라당 하이틴 부대변인 한승진 학생(22·연세대 경영학)의“이제 우리들은 만들어낸 ‘눈물’에 속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6월 4일자 논평의 첫마디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 중 한나라당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하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 보수당이라고 불리우는 거대 야당의 부대변으로 활동한다면 국민들은 무슨 생각부터 할까.

그를 역시 수구보수꼴통 세력의 한 일원이라고 평가해야 하는가.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건전한 청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음은 한나라당 하이틴 부대변인 한승진 군과의 일문일답

-어떤 계기로 공모에 응하게 되었나?

▲20대 부대변인 제도를 이번에 처음 시행하게 됐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대학생하면 보통 열린우리당이나 민노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그렇지만 대학생들도 이제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 한나라당에 지원했다는 말을 하자 친구들이 많이 의아해했다.

개인적으로 나의 전공이 경제학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대한 관심은 당이 내놓은 경제 정책을 좋게 평가한 데서 시작됐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교육과 경제 정책만큼은 한나라당 것이 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이나 민노당을 지지하는 주변 친구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와 의견을 같이 하는 편이다.

-임명된 후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처음에는 이 제도가 선거 액세서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특별히 주어진 활동이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처음엔 어려움도 있었다. 주로 인터뷰, 논평, 선거유니폼 공모와 패션쇼 등 행사 참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의 생각을 당에 전하는 일이었다. 재미있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사실 젊은층에서는 정치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있어왔다.
특히 한나라당에 대해선 대선 자금이나 공천비리 등으로 반감이 더 컸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을 계기로 놀란 것은 한나라당 내에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20대 젊은층의 정당지지도 변화추세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젊은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6년 동안 학교에 다니는 게 기본이고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현실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 지지율이 정확한 수치라고 보진 않는다. 다만 이러한 변화 추이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서울 시장 경선과정에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한나라당도 역시 국민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정당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 젊은층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젊은이들의 표심을 잡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젊은층이 반드시 진보, 좌파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젊은이들이 그동안 전혀 보수적 성향이 없었다고 볼 수 없음에도 표를 얻지 못한 것은 한나라당의 홍보 부족에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보통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프랑스와 독일의 체제를 예로 들었지만 그들도 스스로 보수화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만들어낸 ‘눈물’의 의미?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우리는 노무현의 눈물과 강금실의 눈물을 보았다.
이제 이런 이미지 선거에 국민들이 흔들리지 않고 진정 현실에서의 ‘눈물’(서민의 눈물)을 봐야 한다는 나의 바램이다.

-앞으로 향후 계획은?

▲명예 부대변인 활동에 기간이 명시돼 있진 않다.
그러나 지방 선거 이후를 보고 뽑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은 본분이 학생이므로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다.

물론 당 부대변인 활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사실 보수 없이 자원봉사를 한 셈인 데 그래도 이념과 정책의 동질성에 의해 내가 선택한 일이라 보람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첫 투표권을 가진 19세 유권자가 62만여 명이라고 한다.

여야가 이들을 특별 공약 대상으로 삼아 ‘하이틴 공약’의 차별화에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다.
‘하이틴 부대변인’제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대학원생 이모양은 “‘하이틴 부대변인’이라는 말은 못들어 봤다”며 “홍보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도가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ekim@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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