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한 돈 투자 안하고 은행에 쌓아둔 기업 크게 늘어

은행예치한 기업 예금 1년 새 26조원 증가

2017-02-21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통화량이 늘어난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돈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시중통화량(M2) 잔액 2247조3000억원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590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520조9000억원)보다 13.4%(69조7000억원) 늘었다.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2년미만 정기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괄하는 대표적인 유동성 지표다.작년 기업의 M2 증가액은 2014년 10조원의 7배에 가깝고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1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기업의 M2 증가율은 2009년(16.4%)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지난해 M2(연말잔액 기준)의 전체 증가율 8.2%보다 훨씬 높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6.5%)의 2배 수준이다.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M2는 2014년 말 1126조4000억원에서 작년 말 1199조6000억원으로 1년 사이 73조원 가량 늘었다.시중통화량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지만, 증가 속도 면에선 기업에 유입된 돈이 가계보다 훨씬 빠른 것이다.특히 지난해 기업이 은행에 맡긴 돈이 크게 늘었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작년 말 기업이 국내 은행에 예금한 잔액은 348조원으로 1년 전보다 8.3%(26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기업의 은행예금 증가율은 2014년(3.4%)보다 훨씬 높고 2011년(10.5%)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이는 실물경제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의 부동자금 증가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은 수익으로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예금 등으로 묶여 있는 돈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기업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미래투자를 대비해 저축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그러나 기업의 지나친 저축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도 낮춘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전망 악화로 기업들이 단기 유동성 자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투자로 이어지는 효과는 약하다”고 지적했다.그동안 기업이 돈을 쌓아두면서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작년 9월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이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1835개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연간 투자 규모는 2008년 112조4000억원에서 2014년 112조2000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반면 사내유보금은 같은 기간 326조원에서 845조원으로 519조원(15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