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대 은행 연체율…가계대출 최저, 기업대출 최고 기록

성실하게 이자 잘 낸 가계 덕에 이자이익 '선방'

2017-02-22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지난해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에도 불구하고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은행들은 기업 리스크 관리에는 실패하면서 대기업 연체율은 금융위기 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 양극단을 달렸다.이 여파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많은 곳은 전년보다 200% 넘게 급증했다.2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작년 가계대출 연체율은 0.19~0.49% 수준이다.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를 기록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0.3%대로 떨어졌고, 신한은행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0.19%, KEB하나은행 역시 같은 기간 최저 수준인 0.26%를 찍었다.우리은행(0.39%)과 농협은행(0.49%)은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높은 편이지만 자체 기준으로는 2008년 이래 최저다.은행들의 가계 연체율이 떨어진 것은 금리 인하 때문으로 보인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되다 보니 가계 입장에선 이자 부담이 줄어 빚을 성실히 갚아나간 게 연체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실제로 5대 은행의 분할상환식 10년 만기 이상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014년 12월 연 3.27~3.51% 수준에서 작년 말 연 3.05~3.26% 수준으로 떨어졌다.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받고, 이자 또한 성실하게 갚아나간 영향으로 5대 은행들은 핵심 이익원인 순이자마진(NIM) 하락(은행권 0.21%포인트↓)에도 불구하고 이자이익 분야에선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5대 주요 은행이 작년에 거둔 이자이익은 21조9322억원으로 전년보다 1.4% 감소하는 데 그쳤다.반면 기업 대출 연체율은 5대 은행 대부분에서 금융위기 후 최대 폭으로 올라 전체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농협은행의 작년 대기업 연체율은 2014년 대비 1.06%, 신한은행은 0.55%포인트 높아져 금융위기 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2013년보다 0.83%포인트 급락하며 2014년 0.76%까지 떨어졌던 우리은행의 대기업 연체율도 1년 만에 다시 1%대로 올라섰다.대기업을 포함한 KEB하나은행의 기업 대출 연체율도 전년보다 0.27%포인트 높아졌다.기업 부실 여신으로 5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2014년 3조4553억원에서 지난해 3조6688억원으로 6.18% 증가했다.경남기업과 포스코플랜텍 등에 대한 부실 여신으로 신한은행의 전입액은 전년 대비 29.7% 늘었고, STX조선에 발목을 잡힌 농협은행은 무려 214.3% 폭증했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가계에서 얻은 이익으로 기업대출로 본 손해를 만회한 셈”이라며 “가계가 은행의 손실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금리의 적절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