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사기 공짜폰' 기승 속임수도 가지가지~

LGT 번호이동 유도 중앙CA '현금 지원 나 몰라라'

2007-06-09     권민경 기자
<SKT '직영 사업부 사칭 TM, 본사에서는 모르는 일?'>
<통신위 '불법도 모자라 사기까지, 이통사 책임 져야'>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지난 3월 핸드폰 보조금이 합법적으로 부활한 이후 소비자들은 핸드폰 구입시 비용 절감의 혜택을 기대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보조금 혜택은커녕 최근 사기성 판매나 다름없는 '공짜폰' 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국내 이통 시장은 가입자가 포화 상태에 달해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는 경쟁사업자의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때문에 이통사마다 경쟁사의 가입자를 뺏기 위해 번호이동을 유도한 '공짜폰' 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면서 시장의 불공정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는 것.

특히 LGT 와 SKT는 서로 자사로의 번호이동을 유도하면서 포인트를 이용한 현금대납, 단말기 값만큼의 요금 할인 등을 내세우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을 가입시켜 놓고, 실상 지원을 약속했던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거나, 무료라던 요금을 계산해보면 오히려 손해는 보는 등의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이통사와 제휴했다거나 본사 직영 사업부라고 속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비자들이 쉽게 넘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통사들은 "일부 대리점들이 판매를 늘리기 위해 그런 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라며 "대리점 자체적으로 하는 행사나 영업 등을 본사에서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고 발뺌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씨(30)는 5개월 전쯤 핸드폰을 교체했다.

몇 년 동안 쓰던 핸드폰이 고장이 나서 고민을 하던 차에 중앙 CA 라는 곳에서 LG 텔레콤으로 번호 이동을 하면 30만원이 넘는 고가 핸드폰을 무료로 주겠다는 말을 듣고 바꾸게 된 것.

그러나 이후 5개월 동안 최씨는 매달 핸드폰 요금 청구서가 날아올 때면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이유인 즉 중앙CA에서 단말기 할부요금(약 15800원) 을 매월 20일 전후로 포인트 형식으로 통장에 넣어주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촌에 사는 직장인 한모씨(25) 역시 중앙CA를 통해 핸드폰을 구입, LG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을 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입 첫 달 포인트가 문제없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한씨는 이후 마음을 놓고 핸드폰을 사용했다.

그러나 두 번 째 달부터 포인트 입금이 늦어지더니, 3개 월 째 되면서부터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은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중앙CA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간신히 연결이 된 상담원은 불친절한 목소리로 "전산이 늦어서 그러니 곧 입금될 것"이라며 "확인 후 다시 전화를 주겠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감감 무소식 답변은 없었다.

한씨는 "요금을 낼 때마다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하고 차감 된 금액을 납입하고 하는 등 핸드폰 한번 바꿨다가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앙CA는 OK캐시백처럼 사용할 수 있는 '프리라이프'라는 포인트 개념을 도입해 핸드폰 단말기 할부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 포인트로 지원 해주는 것이다.

소비자는 지원 받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공짜'로 핸드폰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번호이동, 핸드폰을 개통하고 나면 막상 지급해준다던 단말기 값이 제때 들어오지 않거나, 금액이 적게 들어오거나, 혹은 아예 입금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

이에 대해 중앙 CA 관계자는 "전산 상 문제가 생겨 입금이 지연되고 있다" 면서 "전산이 복구되는 7월부터는 정상적으로 돈이 들어올 것이다" 해명했다.

현재 최씨나 한씨와 같이 '공짜'라는 말에 속아서 이런 방식으로 핸드폰을 구입, 개통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가하면 일산에 사는 윤모씨(30) 는 얼마 전부터 'SKT 본사 직영 번호이동사업부'라는 곳에서 SKT로의 번호이동시 핸드폰을 무료로 주겠다는 안내 전화를 수 차례 받았다.

이곳에서 핸드폰을 공짜로 주겠다는 방식은 LGT로 이동을 유도했던 중앙CA와는 또 다른 방식.

즉 단말기 값을 대신 내주는 형태가 아니라 그 가격만큼을 통화 요금에서 빼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겉으로는 공짜로 핸드폰을 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

기존에 LGT 가입자였던 윤씨는 신형 '위성DMB폰' 이라는 말에 관심이 생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SKT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세한 문의를 해봤다.

그러나 고객센터 측에서는 "본사에서 번호이동을 하는 행사는 없다" 면서 "문의한 번호 또한 SKT 측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 라는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됐다.

윤씨는 "요새 주위에 이렇게 요금 할인을 미끼로 한 공짜폰에 당했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면서 "SKT 본사 직영이라는 말만 믿고 그냥 핸드폰을 샀다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완전히 속은 기분" 이라고 불쾌해했다.

이통사 '본사와는 무관한 일' 발뺌만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아랑곳없이 이통사들은 사기성 공짜폰 지급이 본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CA는 핸드폰을 개통할 당시 "이 행사는 LGT와 제휴를 맺은 것" 이라며 "LGT본사에서 하는 것과 같다" 고 소비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LGT 에서는 중앙CA 행사에 본사의 어떠한 지원도 없다는 것.
LGT 고객센터 한 관계자는 "중앙CA 가 대리점들과 함께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그러나 LGT 측과는 관계가 없고, 최근 관련 민원이 많이 제기돼 LGT에서 오히려 항의를 했다" 고 설명했다.

더욱이 LGT 본사 홍보실 관계자는 아예 이런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홍보실 한 관계자는 "중앙CA라는 회사가 어디냐" 면서 "전혀 모르는 일이다. 본사에서 일일이 체크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 고 답변했다.

SKT 한 관계자 역시 "타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SKT 본사에서 번호이동을 유도하는 경우 자체가 없고, '직영 번호이동사업부' 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공짜폰' 사기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통신위원회 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판단, 조사에 나섰다.

통신위원회 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포인트를 이용한 현금지원, 무료요금을 미끼로 한 단말기 대금 지급 등은 불법보조금 문제 뿐 아니라 사기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최신 핸드폰을 아무 조건 없이 공짜로 주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결국 가입자를 확보하고 나서는 일부 돈을 넣어주다 도망가 버리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문제가 터지면 이통사들은 항상 대리점들에 떠넘기곤 하는데, 엄연히 본사에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통신위에서도 이통사 자체에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다" 고 말했다.

또 "지난 5월부터 시장에 재고 물량이 증가하면서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 지급이 심해지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돼 현재 단속에 나섰다" 면서 "KT를 포함한 이통 4사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 이라고 덧붙였다.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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