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부채 증가율 소득보다 빨라
가계부채 1200조 돌파…위기 촉발 가능성 낮지만 경기회복의 큰 걸림돌
2017-02-24 이경민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 부채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약 122조원이 늘어나 마침내 1200조원대를 돌파했다.한국은행은 24일 지난해 말 가계 부채를 나타내는 통계인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이 1207조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은 가계 부채가 12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됐을 뿐 공식 수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대 들어 가계 부채는 증가세가 빨라지며 한국 경제의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지난 2002년 말 464조7000억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는 3년 만인 2005년 542조8000억원으로 500조원을 넘어섰고 2006년에는 607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2007년 665억30000억원, 2008년 723조5000억원, 2009년 775조9000억원, 2010년 843조1000억원, 2011년 916조1000억원, 2012년 963조7000억원, 2013년 1019조원, 2014년 1085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가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계 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강조해 왔지만 가계 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가계 부채 증가율은 11.2%(121조7000억원)로 2006년(11.8%)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빠르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올해도 가계 부채 증가세는 집단대출의 영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작년 12월(6조9000억원)보다 줄었지만 1월 기준 사상 최대치로 집계됐다. 가계부채 문제가 걱정을 키우는 것은 금융위기를 촉발할 개연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8년 세계 경제를 흔든 금융위기도 미국에서 저소득층에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부실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다.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는 세금, 건강보험료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의 25%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채가 가처분 소득을 줄임으로써 지갑을 닫게 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가계 소비의 제약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의 한 축인 내수 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주열 총재가 올해 1월 “가계 부채가 성장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연착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 앞으로 집값 하락이나 금리 인상 등 경제 상황이 바뀌면 가계 부채가 많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져 금융취약층으로 분류되는 다중채무자를 지난 11월 현재 353만명으로 추정했다.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아 금융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이고,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한계가구’는 158만 가구로 추산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소비 위축의 우려가 큰 만큼 가계 부채의 질 개선과 더불어 양 조절에 나서야 할 때”라며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금리 상승과 소득 감소 충격이 겹칠 경우 채무불이행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