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보증공사 규제 강화에 속 타는 중견 건설사들

중견 건설사들 “상반기 파도 피해 잠시 시장 상황 지켜보자”
HUG “보증 심사 강화는 중견 건설사 보호 위한 완충 효과 있어”

2017-02-25     임진영 기자
[매일일보 임진영 기자] 최근 금융권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주택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잇따라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 건설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아파트 분양 보증 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HUG 외에 다른 기관에도 아파트 분양 보증 업무를 확대 해 줄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했다.이는 최근 미분양 물량의 폭증으로 인해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의 직접적 요인이 주택 공급 과잉에 따른 것으로 지적되자 아파트 분양 보증을 맡고 있는 HUG가 미분양 물량이 많은 용인·파주·김포 등 23곳을 보증 강화 대상으로 지정한 데 따른 반발이다.이달부터 금융권이 ‘가계 부채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수도권 지역 여신 심사를 강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더욱 엄중하게 심사하도록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건설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이 가운데 아파트 분양 보증 절차마저 강화되자 자금 사정이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넉넉지 않은 중견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집단 반발에 나서고 있는 것.지난해 중견 건설사들은 주택 경기 호황을 타고 대형 건설사 못지 않은 주택 공급 물량을 기록했다.지난해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순위 15위를 기록한 호반건설은 일반 분양 물량 기준으로 초 20개 단지에서 1만8231가구를 공급해 공급 물량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이는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1만4659가구), 롯데건설(1만3581가구), 포스코건설(1만3152가구) 등을 앞선 수치다.지난해 1만2000여 가구를 공급한 시평 순위 39위 건설업체인 중흥건설과 12개 단지에서 9078가구를 공급한 시평 순위 50위 건설인 반도건설도 지난해 8717가구를 공급한 한화건설보다 더 많은 물량을 시장에 공급했다.또한, 시평 순위 37위인 우미건설은 지난해 4300여 가구를 공급하며 3095가구를 공급한 SK건설보다 더 많은 주택을 공급했다.그러나 연말부터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금융권과 정부 당국에서 연달아 미분양 리스크 해소를 위한 시장 규제에 나서면서 대형사에 비해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고 금융권 대출이 까다로운 중견 건설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 산하 기관인 HUG가 보증 심사를 강화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주택 공급 조절에 나섰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에 섣불리 이에 반해 사업을 진행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주택 공급 부문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보증 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하루하루 물어야 하는 토지비 부담 등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데 지금처럼 금융권과 정부에서 규제에만 나서면 리스크를 감당할 여견이 안되는 중견 업체일 수록 예정된 사업을 미루거나 보증 심사가 강화된 사업지를 피하는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재벌 대기업 내 산하 계열사로서 대출과 보증에 혜택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모그룹의 배경이 없는 중견 건설사는 대출과 보증이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고 설명했다.이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총선 등 굵직한 이벤트가 몰려 있는 상반기를 피해 어느 정도 시장 상황 파악이 정리된 하반기에 공급 예정 물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한편, HUG 관계자는 “보증 심사 강화는 대형 건설사들보다 미분양 리크스에 더욱 취약한 중견 건설사들의 무리한 사업 확장을 조기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보증 심사 강화는 중견 건설업체에 더 안정적인 시장 상황을 만들어주는 완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