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끝나지 않은 ‘부당해고’ 논란

흥국생명의 미래경영은 전직원의 비정규직화?

2010-05-07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과거 노조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한 흥국생명의 ‘부당해고’ 사건이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법원이 흥국생명 해고회복투쟁위원회(이하 해복투)가 내건 부당해고 비판 현수막이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원심을 깨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실 3년여간 계속된 해복투의 복직 투쟁은 지난 2008년 말 1심 법원이 해복투에게 벌금 명령을 내리면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 2심 판결로 전세가 역전, 흥국생명의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흥국생명의 끝나지 않은 부당해고 논란을 취재해봤다.    

흥국생명의 부당해고를 비판하는 현수막 집회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해복투는 지난 2008년 9월 초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건물 앞에서 현수막을 걸고 복직을 요구하는 단식 1만 배를 진행했는데, 흥국생명이 서울 종로경찰서에 영업방해로 고소를 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흥국생명은 집회를 봉쇄할 수 있었지만, 해복투는 이 집회로 검찰에 명예훼손과 영업방해로 기소가 된 것이다. 이후 검찰은 지난 2008년 12월 김모씨 등 6명에게 100만원씩 벌금 부과명령을 내렸고 이들은 부당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해 지난 4월15일 무죄선고를 받았다.

해복투 “해고남발, 흑자 나도 정리해고 등 사실 적시해, 집회 계속될 것”
사측 “해고 합당하다는 법적판결 받아, 해고자와는 원만히 해결 본 사안”

노조파괴가 목적?

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내린 데에는 “현수막의 내용들이 사실을 적시하고 있고 회사의 명예훼손과 영업방해의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문제가 된 현수막의 문구는 ‘흑자나는 회사에서 정리해고’, ‘매년 수백억의 흑자가 나는데도 정리해고 당시 수백억 부동산을 구입해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형철(41)씨는 과거 흥국생명의 부당해고를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한 사건’으로 정리했다. 그가 주장하는 부당해고 사건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3년 112일간 진행된 봉급인상과 고용안전 파업으로 노사관계가 극심한 갈등을 전개하면서 흥국생명은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수십억의 손배가압류 등으로 노조를 압박했다고 한다.
지난 2003년 9월15일부로 파업은 타결됐지만 흥국생명은 구두합의를 불이행하고 파업종료 후에도 단체협약 일방 해지, 현직 노조 위원장을 다시 해고, 아웃소싱과 강제퇴직으로 조합원 48%을 감소시켰다는 것이다.법원 역시 과거 흥국생명의 부당해고가 사실인 것처럼 명시하고 있었는데, <매일일보>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2005년 1월경 정리해고 당시 재무재표상으로 지난 2003~2004년까지 533여억원의 당기순익이, 지난 2004~2005년까지 263여억원의 당기순익이 발생해 흑자를 이어갔다”는 내용과 “흥국생명은 지난 2004년 12월30일 조흥은행으로부터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17-42의 지상 8층 건물(620.5㎡)을 매수한 사실이 있다”고 언급했다. 법원은 해복투의 집회에 대해 “흥국생명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려는 데에 있다”며 “해고자들의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를 억눌러서는 안 되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법원조차도 흥국생명의 부당해고를 인정하고 무죄 판결을 내린 셈이다.하지만 흥국생명은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검찰이 허위사실로 기소를 한 내용이지 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미 해고자들과 원만히 해결을 봤고 상고법원이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며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끝나고, 끝나지 않고?

실제로 흥국생명의 관계자의 말대로 흥국생명은 지난 2008년 7월, 상고법원을 통해 흥국생명의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해고를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하지 않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것도 해당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하지만 해복투는 “흥국생명의 부당해고 목적은 사측에 반하는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강제퇴직 시킨 직원을 다시 비정규직으로 복직시켜 노동통제와 이윤 극대화를 하려는데 있다”며 “나머지 정규직들도 ‘연봉제’을 도입해 임금 삭감을 통한 상시적인 구조조정 목적을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흥국생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는데, 지난 1998년도에 3400여명이던 직원이 지난 2005년에는 4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3월에는 전 직원을 퇴사 시키고 재입사를 통해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했으며, 또 지난 2007년 12월에는 하위 D평가를 받은 사람은 임금의 30%를 삭감시키고 대기발령자는 임금의 50%가 삭감되는 연봉제를 도입했다는 게 이들이 주장이다. 결국 노조는 지난 2005년 2월부터 흥국생명해복투를 설립해 원직복직 투쟁을 시작했는데, 이는 앞서 217명을 퇴직한 후에도 지난 2005년 1월 미래경영상의 이유로 21명을 정리해고 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해복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내 복직했지만, 계약직 연봉제를 통한 ‘전 직원 비정규직’계획 문건이 제보돼 이를 문제 삼자, 다시 퇴사 당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문건이 발견됐을 당시 흥국생명은 우리와 상관없는 괴문서로 부인했으며, 오히려 인사자료 해킹을 문제 삼아 노동조합 전임간부들을 해고시키고 사실상 노동조합을 파괴, 무력화시켰다는 게 해복투의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흥국생명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이미 끝난 사건을 가지고 왜 자꾸 왈가왈부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만 다뤄달라”고 말했다. 

반면, 이씨는 “공공의 이익을 휘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결이 난 만큼 그들의 부당함을 만천하에 공개 하겠다”며 “바른말하는 노조를 파괴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조를 중심으로 부당해고를 감행한 흥국생명을 규탄하는 집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부당해고 투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