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줄었는데 대출은 늘었다…“생존위해 투자”
작년 5대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16.1% 증가
2017-02-25 이수빈 기자
[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지난해 자영업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 반해 이들이 빌린 돈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25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시중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폐업 등으로 8만9000명 감소한 556만3000명으로 집계됐다.이는 1994년(537만6000명) 이후 가장 적은 수다.반면 자영업자들이 빌린 돈의 규모는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대형은행이 지난해 개인사업자에게 빌려준 돈은 164조1691억원이다.지난해에만 22조7105억원(16.1%) 증가했다.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이 늘었던 2014년(13조6000억원)보다 9조원 많은 것이다.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부머들과 비정규직 젊은 층이 자영업으로 대거 뛰어들면서 시장이 포화상태가 돼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이런 환경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다보니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났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또 치열한 경쟁 환경 속 수익을 올리기 위해 운영경비를 마련 자금을 은행에서 빌린 사례가 많았을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7.4%로 31개 회원국 중 그리스(36.9%), 터키(35.9%), 멕시코(33.0%)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그러나 2004년 개업한 서울시내 식당과 편의점 가운데 10년간 살아남은 곳이 2곳에 그칠 정도로 자영업자들의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한국은행의 2015년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작년 6월 말 기준 574조5000억원에 이른다.자영업자의 약 63.6%(330조5000억원)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중복으로 받아 대출 규모가 컸다.이 중 가계대출만 받은 일부 자영업자 부채는 질적인 측면에서 위험 채권으로 분류된다.이들 자영업자의 약 16%가 저신용등급(7~10등급)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이자가 비싼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사람도 57%나 된다.경기변동에 민감한 업종에 자영업자가 몰린 점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2010~2014년 부동산임대업 부문 대출은 연평균 14.3%, 도소매업 부문 대출은 8.4%씩 증가했다.올해는 중국의 경기둔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저유가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국내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둡다.작년 4분기에 총 12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한 가계부채 영향으로 소비가 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1천200조원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소비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가계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가 이어져야 자영업자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