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특허경영 망신살 뻗친 사연

당신의 능력은 고작 이거 밖에?

2011-05-07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특허관련 경영진까지 내세운 LG그룹의 특허경영이 시작부터 망신살을 뻗치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대우일렉과의 특허분쟁에 패한 것은 물론, LG전자의 ‘드럼 세탁기’ 관련 특허가 무효화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우일렉의 경우 해외로 매각될 예정인데다, 특허 1만여건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사장이 직접 표명한 적이 있어 LG그룹의 망신살은 더해 가고 있다.

더욱이 한 달 전 LG그룹은 이러한 망신살의 주인공인 LG전자를 주축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린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역량 부족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LG그룹의 특허경영이 시작부터 망신살을 뻗치게 된 사연을 취재해봤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 200여명이 넘는 LG전자 특허팀이 워크아웃 상태인 10여명의 대우일렉 특허팀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4월29일 대우일렉이 LG전자를 상대로 낸 3건의 등록무효 소송에서 LG전자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우일렉과의 특허분쟁 패, 특허 무효화 위기
LG전자 주축으로 TF, 일각 ‘역량 부족설’ 제기
LG “무효화 아닌 원점, 특허 권리 보호 하겠다”

무효화VS원점화

3년반 전부터 계속된 이들의 특허분쟁은 지난 2006년 12월 LG전자가 대우일렉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을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대우일렉이 ‘클라쎄’ 세탁기를 제조하면서 LG전자가 지난 2004년 등록한 ‘드럼세탁기의 구동부 구조’와 ‘세탁의 구동부 지지구조’에 관한 발명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우일렉은 지난 2007년 1월 특허심판소와 특허법원을 통해 LG전자의 특허가 무효라는 점과 대우일렉의 드럼세탁기 제품이 그 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의 확인 등을 구하는 심판과 소송을 제기해 맞선다. 이후 특허법원은 지난 2009년 2월 LG전자의 특허가 유효하며 대우일렉이 LG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린다. 서울중앙지법 역시 지난 2009년 10월 특허권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LG전자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재판부는 “LG전자의 트롬 세탁기의 구동부는 비교대상발명들과 기술구성이 다르고 그 작용효과에 있어서도 현저하게 향상 진보된 것으로서 자유실시기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대우일렉의 특허권 침해를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LG전자가 승소 판결한 원심 판단에 대해 다시 심리하라고 명령하면서 특허분쟁의 전세가 대우일렉에게로 역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4월29일 LG전자가 대우일렉을 상대로 낸 등록무효 청구소송 1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판단과 대우일렉이 LG전자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 청구소송 2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판단을 모두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내려 보냈다.재판부는 “LG전자가 주장하는 특허기술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어 특허 성립을 위한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LG전자의 특허가 무효화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우일렉 관계자 역시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특허법원의 최종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대우일렉이 LG전자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음은 결정이 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하지만 LG전자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특허권리가 무효화 된 게 아니라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판결을 하라는 의미”라며 “특허법원이 특허의 기술적 검토를 하는 곳이라면, 대법원은 법리적 검토를 하는 곳이다. 특허에서 중요한 기술적 검토를 받았으니, 어떻게 해서든 특허 권리를 보호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점점 더 불리한 싸움?

사실 올해 초 LG전자가 속해있는 LG그룹은 계열사 차원에서 이뤄지던 특허관리를 통합하는 등 ‘특허경영’을 대폭 강화할 뜻을 밝혔었다. 최적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성 및 특허 인재 육성, 특허 괴물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얼마지 않아 대법원의 판결로 대기업인 LG전자가 작은 기업인 대우일렉에게 패하자, 일각에선 ‘역량 부족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대우일렉의 경우 올해 해외로 매각될 예정인데다, 특허 1만 여건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사장이 직접 표명한 적이 있어 LG그룹의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더욱이 LG그룹 차원에서 지적재산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는데, 그 주축이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인 것으로 알려져 망신살은 더해 가고 있다. LG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TF가 LG전자에 의뢰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18개 계열사 출신 10명 이상의 인원으로 구성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LG그룹이 보유한 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내지 않고 쓰는 기업들을 상대로 법정공방을 벌여 특허사용료로 수입을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은 시너지 효과 및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별 특허의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 특허경영에 나서겠지만, 대우일렉과 같은 작은 기업에겐 그들과의 싸움이 점점 더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정환 부사장이 이끄는 LG전자 특허센터는 디자인 및 브랜드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기업 및 제품들을 적발하고 판매를 중단시키는 업무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특허법원에서 이뤄진 소송과는 별개로 LG전자는 대우일렉에 대해 특허침해에 따른 17억6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이 소송은 지금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