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킹카는 평범녀에게 반하는 걸까

[연예+연애칼럼] KBS 2 TV ‘미스터 굿바이’

2007-06-15     곽호성 기자

세상에는 의외의 일이 종종 벌어진다. 가령 축구 경기에서도 약팀이 객관적인 수치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는 강팀을 잡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런 일은 남녀관계에서도 생긴다. 절대 안 어울리는 것 같은 남자와 여자가 의외로 잘 되는 일이다.

물론 현실사회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런 일이 의외로 자주 나온다. 한국 드라마에서 수시로 나오는 삼각관계 만큼이나.

KBS 2 TV ‘미스터 굿바이’의 안재욱과 이보영

KBS 2 텔레비전 ‘미스터 굿바이’를 보면 그런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 나온다. 안재욱(현서)과 이보영(영인)의 관계가 그러하다. 미스터 굿바이(이하 미굿)의 내용을 설명하면 대략 이렇다.

현서와 영인은 우연하게 비행기 속에서 만난다. 비행기 안에서 갑작스런 가슴 통증을 느낀 현서는 영인의 도움에 의해 살아난다. 현서는 입양아 출신으로 피나는 노력 끝에 출세한 인물이다. 겉으로는 멋진 인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면이 강한 인물이다.

반면 영인은 ‘에스테틱 피부관리사’란 직업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솜씨는 형편없다. 그래서 현서의 ‘빽’으로 호텔에 낙하산으로 취업도 한다. 한마디로 현서와 영인의 신분차이는 상당히 크다. 예전에 히트했던 드라마 ‘사랑은 그대 품 안엷에서 차인표와 신애라의 차이만큼.

드라마에서 영인은 일명 ‘복자’로 통하는데 그 별명이 촌스러운 만큼 언행도 촌스럽다. 하지만 솔직하고 재미있다. 이 드라마에서는 다른 인물들도 등장하지만 다른 인물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소개하지 않도록 하겠다.

평범녀에게 킹카가 사로잡히는 이유

드라마에서 단연 킹카인 현서의 주변에 있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우아하고 예쁜 여자들 뿐이다. 예절 바르고 세련미가 넘치는 지라 부담스럽기 까지 한 여자들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어리숙한 영인은 그렇지 않다.

당연히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현서에게 반말을 서슴지 않으며 무례하게까지 보이는 행동도 잘 저지른다. 그리고 딱히 갈 직장도 없으면서 얄팍한 체면 때문에 큰 소리도 친다. 촌스럽게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사먹고 세련되게 화장하는 방법도 모른다. 좋게 보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철이 없는 것이고 안 좋게 보면 완전히 막가는 여자애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서는 이런 영인에게 완전히 사로잡혔다. 현서는 영인의 순수함에 사로잡힌 셈이다. 현서의 주변에는 온통 가식적인 미인들만 우글우글했으므로. 어떤 이는 영인 역으로 출연하는 이보영이 미인이라 현서가 넘어간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 색조화장 없이 기초화장만 하고 나오는 이보영의 미모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른 미인들과 비교해 볼 때 그리 낫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현서와 카일(조동혁)같은 멋진 남자들이 영인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에는 단순히 영인의 순수함만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킹카가 평범녀에게 빠져드는 이유에는 남성 심리의 속성도 한 이유를 차지한다.

자신만 못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들

위대한 대작으로 평가받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여동생 두냐가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 결혼 상대가 질 낮은 속물인 루진이란 인물이다. 돈은 많지만 거만하기 짝이 없고 이기적인 루진은 자신의 결혼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비(돈)를 베풀어 준 남자에게 평생 감사하는 여자와 살고 싶다’

물론 이 소설에서는 이런 루진을 한심한 속물로 그리고 있지만 남성들에게는 누구나 이런 비열한(?) 속성이 있다. 남성들은 보통 자기보다 못한 위치에 있는 여자와 사귀려 하는 속성이 있다. 여자들은 자기보다 키 큰 남자를 사귀는 것을 당연시하지만 남자들은 좀처럼 자기보다 키 큰 여자를 사귀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남성들은 원래 자신보다 어린 여자와 사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여자들 스스로도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와 사귀는 것을 거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여자들이 연하남과 사귀는 것이 흔한 일이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하남과 여자가 사귀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또한 경제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다. 보통 남성들은 자신보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여자들과 사귀려 들지도 않고 막상 결혼해서도 자신보다 여자가 경제적 능력이 탁월하면 불쾌해 한다.

이런 식으로 남성이 자신보다 못한 여자에게 애정을 가지는 원인은 남성의 본능적인 지배욕과 소유욕에 있다. 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오랜 세월 가부장 사회로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남성우월주의적 관습이 자연스럽게 남자들의 몸에 배어 있다. 이런 문화-본능적 배경 때문에 의외로 많은 킹카들이 평범녀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이 땅의 평범녀들이여, 그러나 당신들은 이보영이 아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수많은 평범녀들이 우연히 킹카를 만나면 모두 영인(이보영)처럼 굴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수많은 평범녀 당신들은 이보영이 아니다. 현실과 드라마는 엄연히 다르므로 조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