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안에 우리銀 매각 지연…"전략 수정 불가피"

배당 늘려 공적자금 회수 고려

2017-02-28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세계 경제 불안으로 우리은행 등 공적자금 투여기관의 민영화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보유자산 매각에 나서기보다는 시장 여건이 나아지길 기다리며 관망하기로 정부가 전략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대신 배당금을 늘려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28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의 민간 측 위원장인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지금은 기존에 있던 바이어가 떠나가는 상황”이라며 “시장 여건이 바뀐 이상 매각전략도 당연히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유가로 중동 산유국 경제가 충격을 입고 유럽도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며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미약한데 무리하게 매각에 나서면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자위 내부에서도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큰 현 상황에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강행하기보다는 시장 여건이 회복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로 산유국 재정이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 국부펀드와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 협상은 소강상태로 접어든지 오래다.지난해 말 들어서는 국부펀드들이 오히려 투자금 회수에 들어갔고, 매각 협상은 지지부진해졌다.   중동 측 매수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피인수주체인 우리은행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수요 조사에 나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이달 16∼26일 직접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금융중심지를 돌며 잠재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했다.그러나 이 행장이 설명회에 나서기 직전 유럽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제기돼 유로존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유럽 지역 투자자의 유치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11일 기간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방크의 주가는 16.5% 급락하고,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20bp(1bp=0.01%포인트)나 치솟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가능성 등 정치적 이슈까지 부각돼 시장에 불확실성이 가중됐다.유럽 측 투자수요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정부는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 관망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매각 시기가 미뤄지는 동안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이나 서울보증보험 등의 배당성향을 높여 공적자금 회수에 보탬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매각이 지연될 때는 그에 맞는 전략 수정이 필요한데 배당 확대가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배당확대는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우리은행 등 공적자금 투여기관들은 배당성향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는 배당금 확대와는 별도로 지분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기본원칙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가격을 고려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이전부터 유지해오던 기본 전제”라며 “매각 가격을 극대화해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