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ISA 출시…은행권 총성없는 전쟁 돌입

은행권, 다변화·신기술 도입 나서…과당경쟁 비판 등은 부담

2017-02-28     이경민 기자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순이자마진이 급감해 수익을 내기 점점 어려워진 상황에 부닥친 은행들이 오는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총성없는 전쟁에 돌입했다.ISA는 계좌 하나에 다양한 금융 상품을 넣어 운용하면서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만능 계좌’다.   연봉 5000만원 이상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상 사업자는 의무가입 기간인 5년 만기를 채울 경우 ISA 계좌에서 나온 전체 수익금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금융당국은 출시 한 달을 앞둔 지난 14일 증권사의 영역이던 일임형 ISA를 은행에도 전격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은행과 증권사의 업권 간 수익률 경쟁을 격화시켰다.    ISA는 예·적금 같은 원금 보장형 상품을 주로 담는 신탁형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수익 추구형 상품으로 구성되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일임형 ISA는 고객으로부터 투자 의사 결정권을 위임받아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을 운용하게 된다.  은행들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모색하거나 점포의 다변화에 나서는 등 강점을 살려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적극적 나서고 있다.증권사들과 동등한 환경에서 수익률 대결을 벌이게 된 은행의 최대 강점은 점포가 훨씬 많아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고객 유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은행권 전체 지점은 7300여 곳이고, 증권사 지점은 1200여 곳이다.   은행들은 이미 점포 조직을 재편함으로써 ISA의 도입에 대비하고 있다.   이른바 ‘허브 앤드 스포크(Hub &Spoke)’ 방식으로 가까운 영업점을 묶어 그룹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협업 모델을 KB국민·신한·NH농협은행 등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ISA의 도입에 따라 자산관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들은 자산관리 서비스의 확대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을 기존의 자산가에서 ‘준자산가’로 불리는 이들까지 범위를 넓히고,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점포도 확대하는 식이다.   로보어드바이저와 관련한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하는 방안도 나온다.계열 증권사 등과의 시너지를 확대하는 것도 은행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신한금융에서 그룹 내 협의체를 구성해 신한금융투자에서 ISA 전용 특화상품을 개발하고 양 영업점에서 공동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은행들은 풍부한 고객 접점이라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증권업계와의 수익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격적으로 투자일임업의 허용을 얻어내기는 했으나 일임형 ISA의 계좌를 운영할 준비를 충분히 하기에는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은행이 투자일임업 자격을 새로 얻어야 하는 3월 말까지는 은행에선 일임형 ISA에 가입할 수 없다. 증권사에선 오는 14일부터 신탁형과 일임형 ISA에 모두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ISA 출시 초기에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은행권은 걱정하고 있다.   별도로 자격을 얻은 뒤 4월부터 곧장 일임형 ISA의 영업에 나설 수 있느냐도 걱정거리다.   실제로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는 파생상품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이 은행별로 300명 내외 정도밖에 되지 않아, 영업인력 확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생결합상품이 포함된 ISA를 판매하는 금융사 직원은 펀드투자권유와 파생상품투자권유 등 자격증 2개를 갖춰야 한다.   과당경쟁에 대한 비판과 불완전판매 우려가 계속 제기된다는 점도 은행권에는 부담이다.   초기 고객 선점을 위해 은행권이 자동차, 해외여행권, 골드바 등 호화로운 경품을 내걸자 경쟁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실제 오는 14일부터 ‘KB ISA 신규가입 이벤트’를 진행하는 KB국민으행은 총 13명을 추첨하는데 경품 규모만 약 4600만원을 내걸었다. 사전 이벤트도 개최해 ISA 경품으로 내건 상품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5억4600만원 정도다.   KEB하나은행은 ISA 경품으로 10억원 상당의 하나머니를 제공하고 여행상품권 등을 환산하면 10억2000만원에 달한다.NH농협은행은 200만원 상당의 골드바(10돈)를 포함해 모두 6000만원 상당, 우리은행은 약 4000만원어치의 경품을 내걸었다.또 몇몇 금융회사가 직원 1인당 100개 이상 계좌를 유치하도록 할당량을 설정하는 등 ‘묻지마 판매’에 열을 올린다는 판단에 금융당국은 최근 강도 높은 현장 감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과당경쟁의 여파로 불완전판매가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필연적으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금융사가 고객을 위험상품에 가입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제도 보완 없이 ISA가 시판된다면 불가피하게 불가입 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