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요금 징수 방법 가지가지~

채널 끊을 땐 일방, 요금 변경시 돈 내라?

2006-06-19     권민경 기자
<시청자 '드라마, 스포츠 인기 채널만 골라서 빼' 분통>
<업계 '양질의 콘텐츠 제공 위해 요금 인상 불가피' 주장>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올해 초부터 시작된 케이블 TV의 방송 수신료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갑작스런 요금 인상으로 지역 케이블마다 민원과 항의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수신료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요금이 징수되기까지 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는 것.

방송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접수된 케이블TV 관련 시청자 불만 2천182건 가운데 이용요금 및 채널 변경에 대한 내용이 절반을 넘는 1천94건으로 집계됐다.

시청자들은 수년 간 평균 5천400원 정도의 수신료를 지불하다 갑작스런 요금 인상에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케이블 사업자들은 그동안 수신료가 지나치게 저가 왜곡돼 왔다며 양질의 콘텐츠 제공과 디지털 방송 투자 확대를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 관련 주무부처인 방송위 역시 문제의 심각성은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실정.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MSO(복수 케이블 사업자) 요금이 급등하는 현상을 '독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인천에 사는 27살 이모씨는 그동안 N 방송을 이용한 케이블 TV를 시청해 왔다.

한 달에 6천600원의 요금을 내고 70번대까지의 채널을 시청했는데, 얼마 전 이씨가 집에 없는 시간, N 방송 대리점 측에서 전화를 걸어와 이씨의 부모님께 월 8천800원짜리 상품을 이용하면 20개 가량의 채널을 더 볼 수 있다고 권유했다.

이를 듣고 상품변경을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채널이 60번대 까지도 나오지 않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대리점 측에 문의를 한 결과 "이전에 70번대 채널을 이용했던 건 N방송에서 전파를 잘못 내보내 그런 것" 이라며 "현재 60번까지의 채널을 보는 것이 정상이다" 는 담당자의 말을 들었다.

화가 난 이씨는 그럼 다시 상품을 변경해 원래대로 해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되면 '기사출장비' 명목으로 2만2천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센터와 N 방송 등에 재차 연락을 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어쨌든 결과는 2만2천원을 내야 해지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광명에 사는 21살 한모씨는 며칠 전 갑자기 케이블 TV 채널이 50번대 이후로 나오지 않는 일을 겪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더 많은 채널을 보려면 요금을 더 내고 고급형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씨는 갑작스런 상황에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변경하기로 결정. 이런 저런 문의를 하다 더욱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즉 기본 채널에서 요금을 더 내고 고급형으로 전환하다 혹시나 사정이 생겨 다시 기본형으로 돌아갈 때는 이른바 '전환비용'이라는 돈을 따로 물어야 한다는 것.

고객센터 담당자에 따르면 "고급형에서 기본형으로 변경하면 기사가 출장을 나가 전환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2만2천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 이었다.

이에 한씨는 "처음에 사업자 맘대로 채널을 끊어버릴 때는 기사가 나오지도 않고, 자기들이 알아서 끊어버리더니만 비싼 요금제에서 싼 요금제로 바뀔 때는 돈을 내라는 것이냐" 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런가하면 서울에 사는 송모씨 또한 케이블TV 수신료 인상과 관련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송씨는 최근 추가요금을 안내면 방송채널이 제한된다는 안내 전화에 요금을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혔고 이용하고 있던 H 방송에 해지를 신청했다.

그러나 H 방송 측에서는 송씨의 통장에서 4만원이 넘는 돈을 인출해 갔고, 당황한 송씨는 방송사 측으로 문의를 했다.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정상해지가 됐기 때문에 돈이 빠져 나갔을 리가 없다" 는 말을 들은 송씨는 "통장을 확인하고 전화를 하는 것" 이라고 항의했지만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듣고 말았다.

답답한 송씨는 급기야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상담실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기 높은 드라마, 스포츠 채널 보려면 '요금 내라?'

이처럼 이씨와 한씨, 송씨 외에도 현재 케이블TV 수신료 인상과 관련된 사업자의 일방적 조치에 항의하고 있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요금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

실제로 케이블 TV는 난시청 해소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체 가구의 66% 정도가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수신료가 많게는 7배 가까이 뛰다 보니까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더욱이 인상 과정에서 이씨나 한씨의 경우처럼 황당한 일을 겪고 있는 시청자들의 불만 또한 급증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요금 인상의 폭이 너무 크고 일방적이며, 교묘하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과 경제, 고급형을 나누는 기준이 참 절묘(?)하다.

일단 19개 채널이 나오는 의무형의 경우 요금이 보통 4천 원 수준인데, 이는 지상3파 방송 외에 5개의 홈쇼핑 채널, 교육방송 등 그야말로 기본적 채널에 불과하다.

36개 채널을 볼 수 있는 기본형은 6천 원 정도의 요금으로 의무형 채널 외에 영화, 게임, 여행.레저 등의 시청이 가능하다.

문제는 여기에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MBC, SBS, KBS 의 '드라마' 채널이 빠져 있다는 것.

이를 보려면 8천 원의 요금을 내고 경제형을 택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형에는 또 남성시청자들이 즐겨 보는 바둑채널과 스포츠 채널이 빠져 있어 아쉬운 시청자들은 어쩔 수 없이 1만5천의 고급형 채널(73개 시청 가능)을 신청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시청자들은 지난 4월 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하고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서울 관악구 주민들과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지난 4월11일 "K 케이블TV 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방송 요금을 터무니없이 인상하고 난시청 문제 해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며 "독점 규제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관악 주민대책위는 또 관악경찰서에 방송위원회를 직무유기로 고발했고, 적극적으로 요금 인상을 막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부산시 아파트협의회 회원들과 민노당 창원시위원회, 경남 민주언론시민연합 등도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주민의 동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신료를 인상하고 몇몇 인기 채널을 기본형에서 고급형으로 바꾸는 등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4월 14일에는 경기 용인시의 아파트단지 주민들 또한 케이블 TV 수신요금 대폭 인상에 맞서 집단적으로 수신 거부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올 초부터 있었던 요금인상이 케이블 방송업계에 대기업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독점 체제 형성 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사업자 '수신료, 저가 왜곡 요금 인상 불가피'

그러나 수신료 인상 논란에 대해 케이블 방송 측은 “그동안 너무 낮은 가격에 제공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디지털 전환과 프로그램 질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95년 케이블TV 출범당시 27개 채널에 1만5000원이었으나 11년이 지난 현재 평균 50여개 채널 상품의 전국 평균 요금이 5400원에 불과하는 등 시장파괴가 계속돼 왔다는 것이다.

주민 반발이 극심했던 지난 4월 열렸던 한 공청회에서 관악케이블TV방송 유정석 대표는 “119개 SO중 26%인 31개 사업자가 홈쇼핑과 인터넷 사업수익을 합쳐도 적자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50%인 59개 사업자는 자본잠식상태”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이어 “재정악화로 인한 악순환 구조를 깨고 난시청 지역에 대한 투자, 디지털방송 도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요금 정상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케이블방송협회 한 관계자 또한 “아파트 가입자들이 개별계약을 하면서 요금이 두배나 인상됐다고 하지만 이는 아파트 가입자들의 덤핑요금을 정상화해 단독주택 가입자들과 형평을 맞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업자들은 외국에 비해서도 국내 케이블TV 요금이 턱없이 낮다는 주장이다.

케이블TV방송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방송이 발달한 미국은 월평균 6만원의 수신료를 받고 있으며 영국도 4만8천원에 육박한다는 것.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만 봐도 태국 3만3천원, 일본 4만1천원, 싱가폴 2만6천원, 대만 2만원 등이어서 그동안 평균 5천400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업계는 또 지난 2000년 중계유선이 SO로 전환되던 시기 저가의 RO 가입자들이 SO 가입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당시 방송위 측이 시청자 민원을 우려해 기존요금을 유지해줄 것을 권고, 비정상적인 저가 요금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케이블 TV 방송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계유선을 뒤늦게 케이블 사업자로 흡수 통합하게 한 정책적 오류가 요금파괴의 큰 원인”이라며 “이전 중계유선은 케이블채널의 불법 방송으로 가격을 파괴시켜 왔으며 중계유선과의 지루한 싸움에서 케이블TV 가격도 같이 하락하고 프로그램 공급료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못해 저질 프로그램이 양산되고 재방송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이에 방송위는 “케이블TV 요금이 준공공요금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이용요금 정상화를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또 의무형 상품을 포함한 저가형 상품 안내를 통해 시청자의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방송위는 의견수렴 등을 통해 현행 이용약관 및 이용요금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필요할 경우 관련 법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공정위 '케이블TV 시장 독점 폐해 크다'

한편 공정위는 수신료 인상 논란이 한참이던 지난 4월 '케이블 TV 시장에서 독점의 폐해가 크다' 는 경제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케이블 TV 시장은 가격규제만으로 독점을 규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고 경쟁이 독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것.

그러자 방송위 측은 곧바로 "케이블TV 이용요금은 지역별 특성, 경제적 상황, 경쟁여부, 허가차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에도(공정위는) 독점구역과 경쟁구역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라 단정적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케이블 TV 시장에서 독점지역의 수신료가 비싸고 서비스 질은 낮다는 자체 분석이 방송위의 분석결과와도 일치하는 것" 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요금 인상을 두고 사업자와 방송위, 공정위가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달 들어 요금제 변경이 마무리에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채널이 바뀜에 따라 시청자들의 불만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young@sisaseoul.com
<심층취재 실시간 뉴스 매일일보/www.sisaseoul.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